서울시가 지난달 22일 입법예고한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의 핵심은 공공관리제도 세부운영기준의 마련이지만 이와 함께 개정되는 조문이 몇 개 더 있는바, 그 중 가장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산정기준일을 도시정비법 제50조의2에 따라 개정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기본계획 및 정비예정구역 등의 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지역임에도 2003년 12월 30일을 획일적으로 권리산정기준일로 적용하고 있어 이를 도시정비법 개정 취지(제50조의2 신설)에 부합토록 조정해 정비기본계획 수립 후 정비구역 지정·고시 전까지 시장이 따로 정하는 날을 권리산정기준일로 한다는 것이지만, 일반 여론은 결과적으로 현행 도시정비조례에 따라 분양권이 없던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권이 추가 인정되는 셈이 돼 투기세력들의 이익만 보장해 주고 조합원 수 증가로 정비사업의 사업성만 악화시키는 처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도시정비법 제50조의2의 규정은 지난해 2월 6일 신설된 것으로 ‘정비사업으로 인해 주택 등 건축물을 공급하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고시일 또는 시·도지사가 투기억제를 위해 기본계획 수립 후 정비구역 지정·고시 전에 따로 정하는 날의 다음 날(이하 기준일)부터 ① 1필지의 토지가 수개의 필지로 분할되는 경우 ② 단독 또는 다가구주택이 다세대주택으로 전환되는 경우 ③ 하나의 대지범위 안에 속하는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주택 등 건축물을 토지와 주택 등 건축물로 각각 분리해 소유하는 경우 ④ 나대지에 건축물을 새로이 건축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 그 밖의 공동주택을 건축해 토지등소유자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해당 토지 또는 주택 등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는 기준일을 기준으로 산정하다’는 내용인바, 이른바 지분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 제50조의2가 신설되기 전부터 서울시는 이러한 지분쪼개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항들을 두고 있었고, 그 규제의 강도 역시 도시정비법 제50조의2보다 더 강한 것이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제50조의2를 신설함에 있어서는 도시정비조례와의 관계를 고려해 보다 섬세한 법적 검토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오류를 범하고 말았고, 서울시는 이를 핑계 삼아 도시정비조례상 권리산정기준일을 전격적으로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정비조례상 지분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들의 법률적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도시정비법 제48조제7항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 관리처분의 방법·기준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 제52조제1항제3호에서는 정비구역 안의 토지등소유자(지상권자를 제외한다)에게 분양하되,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경우 시·도조례로 정하는 금액·규모·취득시기 또는 유형에 대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는 시·도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해 분양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바, 이에 근거해 서울특별시는 도시정비조례 제정 시점인 2003년 12월 30일부터 지분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한 근거 조문들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은 제50조의2 신설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8조제7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2조제1항제3호과의 관계에 대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도시정비법 제50조의2의 개정 취지에 따라 도시정비조례를 개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도시정비법 해석상 명백한 것은 아니고, 도시정비법 제50조의2 신설의 진정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합목적적으로 다시 판단돼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도시정비법 제50조의2 신설 취지는 서울시와 같이 지분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례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지 않은 다른 시·도 안에서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투기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서울시 도시정비조례의 조항을 무력화하거나 형해화 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은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에 선다면 서울시가 도시정비법 제50조의2 신설 조항을 이유로 2003년 12월 30일 이후 이뤄진 지분쪼개기 행위를 사후적으로 구제해주는 것에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물론 서울시 도시정비조례는 부칙에서 권리산정기준일에 관한 개정 조문은 최초로 기본계획(정비예정구역에 신규로 편입지역 포함)을 수립하는 분부터 적용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왜 새로이 정비예정구역이 되는 지역에만 권리산정기준일을 완화해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도시정비조례의 개정·공포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으므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