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2009. 2. 6.개정) 제24조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둬야 한다. 총회의 의결사항으로는 정관의 변경을 비롯해 자금의 차입과 방법, 이율 및 상환방법 등 12개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절차 등에 신속성과 능률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대의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제25조) 법 개정 전에는 조합원의 수가 100인 이상일 경우 대의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100인 이상일 경우 반드시 두도록 했다.(제25조제1항) 대의원회는 조합원의 10분의 1 이상으로 하되 조합원의 10분의 1이 100인을 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10분의 1 범위 안에서 100인 이상으로 구성할 수 있다.(법 개정 전에는 100인으로 한정하였음)
대의원회에서는 총회의 의결 사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이로써 총회의 의결사항과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을 명백히 구분할 필요가 생긴다. 법 제85조제5호에서는 총회의결 사항임에도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은 총회의결 사항을 대의원회가 대행할 수 없는 항목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정관의 변경,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율 및 상환방법,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철거업자, 시공자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등이 대표적인 예다.(시행령 제35조)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묶어 쓸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총회 의결사항이 번거롭다고 하여 대의원회 의결로 대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남의 어느 주택재개발조합에서 있었던 일이다. A조합장은 2004년 1월 주민총회 의결을 거쳐 ‘갑’ 주식회사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정비업체)로 선정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임의로 ‘을’주식회사와 용역계약을 중복 체결했다가 후에 문제가 되자 ‘을’ 회사와의 계약은 취소했다.
그 후 2005년 12월경 열린 임시총회에서 ‘갑’주식회사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하면서 새로운 정비업체 선정을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것으로 의결하고, 2006년 1월경 대의원 34명이 모인 대의원회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병’ 주식회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하는 대의원회 의결을 한다.

그 후 2006년 5월경 열린 정기총회에서 정비업체를 새로 선정한 대의원회 의결사항을 보고했으며 2006년 7월경 조합사무실에서 ‘병’ 주식회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에서는 조사한 신문내용 및 용역계약서, 임시총회 안건, 정기총회안건 등을 증거로 A조합장을 도시정비법 제85조 위반으로 약식기소했으며 법원에서도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은 첫째 총회의 의결 없이 ‘을’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고, 둘째 총회의 의결 없이 ‘병’ 주식회사를 선정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조합장은 벌금형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한 후 변호인을 통하여 몇 가지 주장을 한다.

먼저 ‘을’ 주식회사와의 계약은 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한 가계약에 불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기했으므로 정비업체 선정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로 제출된 용역계약서를 보면 ‘을’주식회사와의 계약을 단순한 가계약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가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정비업체 선정을 추진하기 위한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음에 ‘병’ 주식회사를 선정한 것은 임시총회에서 대의원회에 그 선정권한을 위임해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이뤄진 것이고, 2006년 12월 임시총회를 통해 그 선정 및 계약 내용을 추인받았기 때문에 임의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등의 권익과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도시정비법의 입법취지에 비춰보면 정비업체의 선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이기때문에 비록 총회의 의결이라 하더라도 총회권한의 핵심적 부분을 대의원회에 일괄위임하는 것은 법규정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라며 “‘병’ 주식회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한 A조합장의 행위는 적법한 총회의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후에 그 선정 및 계약을 총회의 의결을 통해 추인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법상 효력이 유효하게 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법성이 소급적으로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 당사자들이 흔히 물어보는 내용이 있다. ‘합의되면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는 기본적으로 있는 사건을 없는 것으로 돌릴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예외적으로 강간죄, 명예훼손죄, 저작권관련죄 등과 같이 처벌을 피해자의 의사에 맡겨 놓은(친고죄라 함) 일부 범죄만이 합의나 고소취소로 없어지는 것이다. 법이 굳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도시정비법은 그 어느 법보다 공공성, 공익성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합의로 처벌이 면제될 수 없으므로 엄격히 법을 준수해 임원의 자격이 박탈되는 혼란을 미리 예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