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이후 주택재개발구역 내 세입자 권리 보호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 등의 대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부응해 법원도 세입자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는 경향의 판례를 쏟아내고 있는바, 이와 관련된 판례(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두3685 판결)를 하나 소개하고 필자의 의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06년 1월 16일 성남시 중원구 중동 1500 일대가 주택재개발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후, 성남시장은 2006년 1월 24일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했고, 2007년 3월 13일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있었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구역 내 주택 세입자 등이 이 사건 사업이 시행되는 동안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에 임대아파트를 건립해 세입자 등에게 제공하면서, 이주대책공고를 통하여 도촌 이주단지에 입주를 희망하는 세입자의 경우 신청에 필요한 서류로 주거이전비 포기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원심은 세입자가 도시정비법 및 공익사업법의 관련 규정상 임시수용시설의 공급과 주거이전비의 지급을 중복하여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반면 양자의 목적이 중복되는 상태에서,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 간 후 정착에 필요한 비용인 주거이전비를 사후에 포기하고 정비사업 완료시까지 제공되는 임시수용시설에 입주하는 것이 강행규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포기각서의 제출로 원고의 주거이전비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도시정비법에 의한 세입자에 대한 임시수용시설의 제공 등은 주거환경개선사업 및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주거환경개선사업 및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에게 사업시행기간 동안 거주할 임시수용시설을 제공하거나 주택자금의 융자알선 등 임시수용시설 제공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해 사업시행기간 동안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는 반면, 공익사업의 시행에 따라 이주하는 주거용 건축물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주거이전비는 당해 공익사업시행지구 안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조기이주를 장려하여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주거이전으로 인하여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지급하는 금원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도시정비법과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등의 관련 법령에서 임시수용시설 등의 제공과 주거이전비 지급을 사업시행자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면서 임시수용시설 등을 제공받는 자를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아니한 점을 비롯한 위 각 규정의 문언, 내용 및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도시정비법 규정에 의하여 사업시행자로부터 임시수용시설을 제공받는 세입자라 하더라도 공익사업법 및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에 의한 주거이전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며, 사업시행자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제54조제2항은 당사자의 합의 또는 사업시행자의 재량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위 판결에서 문제가 된 도시정비법상 순환정비방식의 사업에 관한 제35조제1항과 임시수용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제36조제1항은 원래 세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다가 2006년 12월 28일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주택의 소유자 외에 세입자에게도 적용되도록 된 것이다. 그런데 위 개정 조문들은 당초 2006년 1월 5일 김태년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김태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에서는 제35조제1항을 개정해 순환정비방식의 사업대상에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포함하고, 정비사업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조 또는 융자하거나 융자 알선하는 경우 순환정비방식의 정비사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신설하는 규정만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순환용주택을 공급받는 대상에 실제 거주하는 주택의 소유자뿐만 아니라 세입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제35조제1항과 제36조제1항에 세입자가 추가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주거이전비와의 중복여부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진바 없었다.
한편 실무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기관 이외에는 임시수용시설을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에 대체되는 “주택자금의 융자알선 등 임시수용에 상응하는 조치”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논란이 있는데, 임시수용에 상응하는 조치에 주거이전비의 지급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면 제36조제1항에 따른 사업시행자의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했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로 인해 세입자들이 주거이전비 지급 외에 제36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정비조합에 요구할 경우 정비조합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게 됐다. 과연 우리 행정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가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거쳐 법률을 개정하고 적용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