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대한민국 국회는 뉴타운법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로 매우 소란스러웠다. 2002년부터 시작됐던 서울시의 뉴타운사업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된 시점은 2004년 후반부터였는데, 탄핵 이후에 집권여당에서 많은 당선자를 낸 서울의 강북, 강서 등 낙후지역이 뉴타운의 주요 대상이었다. 그래서 서울의 여당 국회의원들은 주민들의 압력에 따라 뉴타운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다.
다른 한편 통상 건설시장의 주된 정책을 입안하고 시장을 지도하던 그 당시의 건설교통부는 강북의 뉴타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뉴타운이라는 주제를 선점한 야당소속 서울시장이 정치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요구가 워낙 거세지고 정부를 배제한 채 여당의원 주도로 뉴타운법이 성안되기 시작하자, 건설교통부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정부안을 동시에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정부안은 시장지배의 원천인 법률제정권을 잃지 않으려는 목적이 일순위였고,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것은 후순위의 목표였다. 여당의 법률안과 정부의 법률안에 더해 서울시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법률안이 있었는데, 이 또한 야당으로 가서 국회에 제출됐다.
세 개의 법률초안에 대한 소위원회의 절충과정에서 정부안이 승리를 거두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심의됐는데, 동 위원회는 법률이 잘 작동되는가를 거르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건설교통위원회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 일이란 ‘도시재정비’라는 단어를 받아들여 법률 명칭을 바꾼 정도였다. 그 해 겨울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으며 2006년 7월 시행에 들어갔다.
최초 여당의원들이 원했던 것은 ‘강북개발’을 위한 특별법이었으나 정부안은 전국을 대상으로 뉴타운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정작 뉴타운법이 제정된 계기가 됐던 강북이나 강서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원이나 타개책을 담지 못한 반면, 전국적으로 뉴타운 지정 붐이 일었다. 정부안은 수도서울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제기된 강북개발이라는 정치적 요청을 변질시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 투자자들의 착시현상에 의해 강북을 비롯한 전국 뉴타운의 땅값이 치솟았지만, 사업의 실행을 위한 수단이 없는 한 사업의 공전(空轉)은 명약관화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뉴타운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고 뉴타운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해도 같은 이유에서 실현가능성은 없다.
뉴타운사업이 시작되고 10년, 재정비촉진법이 시행되고 만으로 5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사업이 잘 진행되기는커녕 뉴타운을 해제한다는 언론보도가 나고 있다. 한남뉴타운처럼 상대적으로 사업이 잘되는 곳도 법률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입지가 유리해서라는 것을 국민들도 대부분 다 알게 되었다. 강북을 개발한다는 핑계로 법률을 만들어 경기도를 포함한 지방에 잔뜩 뉴타운을 양산하고, 막상 뉴타운이 시작된 서울조차 개발이 안되는 법률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름을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년 총선을 대비해서 또 뉴타운 이야기가 한바탕 세상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재정비촉진법을 폐지하고 서울의 강북과 강서에 한정해 적용되는, 그것도 정교하게 설계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뉴타운의 해결책은 없다. 앞으로 누가 또 거짓말을 하는지 잘 살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