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세계적인 도시다.
행정이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국내의 선두주자로서, 서울시의 건설행정은 수도권이나 다른 시도의 모델이 돼왔다.「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재정비특별법’이라 한다)의 경우도 그렇다.
이 법은 본래 서울의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법을 만들려다가, 전국을 대상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면서 지금의 재정비특별법이 된 것이다. 인천시이나 경기도에도 뉴타운이라 부르는 재정비촉진사업이 있지만, 재정비촉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역시 서울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부터 서울시 주택정책이 개발이익에 따른 획일적 고층아파트 건설보다는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중·고층주택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재정비촉진사업에서 ‘테라스하우스,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서울시는 금천구 시흥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존치정비구역이었던 시흥1구역과 2구역을 촉진구역으로 변경하여, 시흥1구역에 40㎡ 이하의 도시형 생활주택 144세대의 건설계획을 고시하였다. 계속하여 거여·마천재정비촉진사업에서 존치정비구역이던 마천1구역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변경하고, 이곳에 테라스하우스 414가구(59㎡형 270가구, 84㎡형 144가구)를 짓겠다고 한다.
개발이익에 따른 획일적인 아파트 건설보다는 중·고층으로 하여 조화를 이루겠다는 서울시 건설행정에 대해,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피해보는 사람 외에는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이러한 행정의 변화에 대환영이다.
그러나 그동안 시범뉴타운사업을 시작으로, 재정비촉진사업(지금도 일부는 뉴타운사업으로 부르기도 한다)의 행태는 관계 법령을 뛰어 넘는 초법적인 것으로, 현재 주택법을 근거로 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테라스하우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법률의 규정에 벗어난다는 것이다.
재정비특별법(제2조)상 재정비촉진사업이란 촉진지구 안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주거환경개선사업·재개발사업·재건축사업·도시환경정비사업,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한 시장정비사업,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계획시설사업” 등 7가지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얼마 전까지 촉진사업의 필요성이 적어 촉진계획에서 결정·고시된 기존의 존치지역을 변경하면서까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테라스하우스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비촉진구역 내에서 위의 7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주택법상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도록 하겠단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재정비 촉진지구 안에서 주택법에 의한 주택건설사업이 추진될 경우, 촉진지구에서의 제척 없이 사업승인이 가능한 것인가”란 질문에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ㆍ고시된 날부터 당해 촉진지구 안에서는 촉진계획의 내용에 적합하지 아니한 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할 수 없으며,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재정비촉진사업의 시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허가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바 있다.
둘째, 어떻게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것인지 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재정비촉진사업은 결정·고시된 촉진계획이라도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으며, 주민들의 동의여부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법 제정초기부터 잘못됐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반면 행정청은 주민들에게 공람만 시키면 기왕에 만들어진 촉진계획도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셋째, 촉진계획이 변경·고시 되었더라도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먼저 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를 통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사업시행자인 정비조합으로 들어가려면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면적의 1/2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개발이익이 현저하게 줄어 든 사업에서 동의받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주민들에게 떠맡겨서는 사업진행이 어렵다.
끝으로, 이런 단계를 거쳐 동의를 얻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치자.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개발이익이 줄어 추가부담금이 증가하면 현금청산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에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은 떠나게 될 것이다. 서울시가 추구하였던 쾌적하고 환경친화적인 테라스하우스의 장래 이익을, 잘못하면 새로운 입주자들이 향유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는 자신들의 목표한 주택정책을 실현하는 것도 좋지만, 법으로 정해진 틀에서 행정을 펼쳤으면 한다. 또한 중앙정부도 서울시 행정을 뒤 쫒아가는 행태는 더 이상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