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먼저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작년의 화두는 단연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공공관리제도’였다. 이는 관할 구청장이 구역지정 단계에서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의 추진위나 조합의 진행 과정을 감독·지원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구청장은 구역지정 단계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관리업자)를 선정하고, 시공자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선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비 및 분담금추정 프로그램을 실시해 개인당 1억원 이상 소요되던 추가부담금을 없애겠다고 해 그 실현가능성 문제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법령과 조례에 터 잡은 공공관리제도를 폄하하거나 손가락질만 일삼는 일부 신문보도에 편승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새해 들어 본격적인 공공관리제도의 시행을 예고하고 있어, 항간에서 말하는 ‘미친 존재감(?)’에 대한 타당성여부를 살펴볼까 한다.
첫째, 구청장의 정비관리업자 선정에 대해서는 이렇다. 법령에서 정한 정비관리업체(위반시 형사처벌)를 선정하기 위해, 구청장은 역설적으로 법에서 허용치 않는 수주기획이나 아웃소싱업체(일명 OS)를 통해 선정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 2~3만원이면 가능했던 컨설팅 비용이,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된 일부 지역에서 5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기존의 비용을 현실화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 제도의 시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둘째, 시공자선정과 관련해 그 선정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조합의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시·도별 시공자선정 시기가 달라 경기도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정비조례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토록 강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렵게 인가를 받은 조합에서도 사업시행인가까지 어렵게 운영하고 있지만 공공관리제도하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와 달리 경기도의 경우 시공자선정 시기에 대해 별다른 제약이 없어, 시공자들은 경기도로 진출(?)해 시공자선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에서는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시를 비롯한 다른 시·도에서는 그나마 별다른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셋째, 사업비 및 분담금추정 프로그램을 실시해 개인당 1억원 이상 소요되던 추가부담금을 없애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서울시 홈페이지인 클린업시스템을 들여다봐도 자신이 만든 정비관리업자 또는 설계자의 선정기준을 소개하고 있거나 이를 뽑겠다는 조합광고뿐입니다. 누구를 대상자로 홈페이지를 개설했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 국토부는 공공관리제 확대를 위해 추진위원회 설립과 시공자·설계자·정비관리업자를 선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역할을 ‘주민 이주지원과 관리처분계획 검증’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9월에 도시정비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야심찬 계획이지만 주민 이주지원은 선거와 관련된 예민한 부분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며, 관리처분계획 검증 역시 숙련된 전문 공무원이 없는 실정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먼저 정리해야 할 고질적인 병폐가 있다. 서면결의 문제다. 공공관리제도하에서도 여전히 서면결의서가 결정적인 힘이 있다. 조합설립, 시공자선정 또는 관리처분총회에서 서면결의서는 공공관리제도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아웃소싱업체들이 정비관리업자 선정을 좌지우지하며, 시공자선정에서도 마찬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서면결의서는 선거에서 부재자투표와 유사한 것으로 직접참석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법이지만, 그 진위여부나 철회, 대리 작성 등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접 참석하더라도 조합원이 수천 명에 이르면 총회장소를 물색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여기에서도 동원되는 것이 기획수주나 아웃소싱업체이다. 이들은 서면결의서 1장당 보통은 17~8만원을 받기도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천만원이 오가기도 한다. 공공관리제도의 유효성을 설명하기보다는 서면결의서나 이를 사고파는 행위를 근절시켜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새해를 맞아 각 자치구에서는 투명한 동의서 징구를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 감독하고, 직접참석자를 위해 청사 내 건물을 총회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제안코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