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리 와프(Canary Wharf)는 항구로 쓰이다 버려진 땅을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으로 재개발하여, 런던의 금융중심지로 새롭게 탄생한 지역이다. 런던에서는 영국의 미래로 통하고, 지난해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는 물론 홍콩상하이은행(HSBC), 시티은행 등이 몰려 있던 곳이다. 지난 2007년 11월 외국의 부담금 제도를 조사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을 때, 직접 가본 적이 있는데, 비가 내리는 작은 커너리 워프 호수에서 느꼈던 묘한 감동이 지워지지 않는다.

까나리 와프 개발의 성공 요인은 개발의 유연성(柔軟性)이다. 우선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가 지분의 75%가 보유하는 등 순수한 민간자본만으로 20년 동안 개발됐다. 1894년 건설된 런던 타워브리지가 런던 도심과 항구지역간의 관문역할을 하게 되자, 1980년 이후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클랜드(Docklands) 지역의 버려진 땅 1000㏊에 새로운 신도시 건설이 추진된다.

1981년에 개발공사가 시작해 1998년에 개발이 완료된 이 도심재생사업은 당시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개발이익의 환수가 여왕의 권고에 의해 경전철의 설치를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이 지역은 런던 중심지에서 꾀 떨어져 있어 개발 초부터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교통이었다. 교통이 불편해 기업들이 이전하려 하지 않았다. 1986년에 경전철사업이 시작돼 현재 추가 확장중이며, 도로와 지하철이 새로 연결되면서 현재 88%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HSBC, City Group 등 66%가 금융관련 업무를 하고 있으며, 언론, 신문·잡지사 등이 입주 중이다. 특히 쇼핑가가 활성화돼 있어 일주일에 약 50만 정도가 쇼핑을 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런던의 도심 기능을 분산 수용하기 위해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계획됨에 따라 쾌적한 환경에 신축의 대형 건물들이 밀도 있게 들어서 기존의 전형적인 런던 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즉, 개발의 유연성을 기초로 다양한 주택이 민간자본에 의해 자유롭게 건설됐다. 이 지역의 주택들은 언뜻 보면 저층으로 형성된 일반적인 공동주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식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소규모의 오피스와 주거가 결합된 주상복합 단지이다.

결국 까나리 와프 개발은 성공했고 그 기초는 개발의 유연성에 있다.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개발의 주체에게 개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조성된 결과이다.

이런 저런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추진 중인 우리의 도심재생사업을 보면, 겉으로는 특별한 도심재생사업으로 홍보하지만 그 실제는 공동주택 공급 사업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

 

최근 금융위기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10~20년이 흐른 후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심재생사업도 개발의 유연성이 지배해야 한다.

공공보다는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민간의 투자, 리스크 관리 기법 등이 사업에 철저히 녹아 있어야 한다. 혹자는 개발의 유연성은 일부의 폭리로 이어질 뿐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의 유연성은 개발이 일부의 폭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도시 전체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사업의 주체, 요건, 방식, 자금 조달 등에 대한 제한을 제거하고 개발의 이익을 극대화해 그 이익을 사회와 도시 전체에 귀속시키는 도심재생사업과 정책적 지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