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자)로 활동하려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등록 없이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활동하면 도시정비법 제85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등록된 정비사업자의 경우 뇌물죄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 도시정비법 제70조의 업무제한, 결격사유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각종 행정법규상 등록, 인가, 허가 업체에 대한 규율의 기본구조는 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자격을 취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각종 규제에 따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갑(甲)은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A회사의 경영자로, A회사는 정비사업자로 등록이 안돼있으며, 을(乙)은 B건설회사의 대표이사다.

갑은 2004년 초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모 재건축조합 조합장으로부터 해당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과 조합업무 지원을 위탁받았다. 그 후 갑은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B건설회사의 을로부터 시공사로 선정되게 해준데 대한 사례로 현금 2억5천만원과 정비사업의 철거공사부분을 하도급 받고 2004년 8월부터 10월까지 철거공사비 명목으로 2억6천만원을 교부받았다.

이때 문제되는 위법사항은 시공사선정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점인데, 만약 A회사가 정비사업자로 등록된 업체라면, 도시정비법 제84조의 벌칙 적용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 규정에 따라 갑의 뇌물수수, 을의 뇌물공여죄 성립여부다.

그러나 A회사가 미등록업체이기 때문에 미등록영업행위 및 위임받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와 관련한 갑의 배임수재 및 을의 배임증재가 문제된다.

검찰에서는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① 피고인 갑은 A 회사를 경영하는 자인바, 정비사업조합 업무를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된 자문을 하고자 하는 자는 당국에 등록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고 재건축조합 조합장으로부터 시공사선정과 조합업무 지원을 위탁받았다.

 

② 피고인 갑은 2004년 5월경 B회사 사무실에서 시공사 선정 등의 업무를 위임받았으므로 시공사를 선정함에 있어 신의성실로써 청렴하게 처리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배해 B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대가로 2억5천만원을 받았고, 철거공사비 2억6천만원 중 실제 철거공사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8천만원 상당의 재산상이익을 취득했다.

 

③ 피고인 을은 위와 같이 갑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2억5천만원과 철거공사 수익금 8천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공여했다.

경찰 및 검찰에서는 위 2억5천만원이 시공사선정에 대한 사례이고, 철거공사비는 원래 평당 12 내지 13만원 정도인데 갑의 요청에 따라 시공사 선정에 대한 사례로 과대계상해서 평당 17만원으로 계약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2억5천만원이 첫째, 시공사 선정에 대한 사례, 둘째, 미이주자를 이주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 셋째, 제3자가 재건축 지역에 소유하고 있는 단독주택 및 토지 100평을 매수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컨설팅 비용이라는 점이 새로 부각됐다.

 

또한 철거공사비도 일반적으로 평당 12-13만원이지만 해당 지역에 지하구조물이 많은 점을 감안해 보다 높게 책정했다는 점도 제기됐다.

결국 배임증재 및 배임수재 부분은 모두 무죄가 선고되고 갑에 대한 미등록정비사업 부분만 유죄가 인정돼 갑은 1심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았다. 2심의 내용이 궁금해 확인해 볼 생각이다.

한편 갑은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자로 활동하면서 건축물의 철거를 병행했다. 도시정비법 제70조에 따르면 등록된 정비사업자는 정비사업과 건축물의 철거를 포함해 설계, 시공, 회계감사를 병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도시정비법 제70조에 업무제한 규정은 있으나 위반시 제재 규정은 법, 대통령령, 시행규칙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입법의 미비로 보인다. 벌칙이나 과태료 등 제재규정이 마련된다 해도 갑의 경우 미등록자이므로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제한의 부담을 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