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재개발 등이 예상되는 지역에 기존의 단독주택을 헐어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신종 지분쪼개기’ 행위를 제한하는 ‘도시정비조례 일부 개정안’(이하 개정조례안)을 지난달 17일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 예정 월인 7월부터 단독ㆍ다가구주택을 철거하고 새로 건축허가를 받아 공동주택을 건축한 경우(기존의 공동주택을 세대수를 늘려 신축한 경우를 포함) 분양대상자를 1명으로 제한하게 된다.

 또한 주택재개발사업의 분양권 제한 규정을 신설, 단독 또는 다가구주택을 철거하고 신규 건축허가를 받아 공동주택을 건축한 경우(기존의 공동주택의 세대수를 늘려 신축한 경우를 포함) 수인의 분양신청자를 1명의 분양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단, 공동주택의 주거전용면적이 당해 정비사업으로 건립되는 분양용 공동주택의 최소 주거전용면적 이상인 경우는 분양권을 인정토록 했다.

 특히 사실상 주거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도 기존무허가건축물 중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축물로 한정함으로써 분양대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비주거용건축물을 주거용 건축물로 무단 용도변경한 행위자에 대한 분양권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정비과의 한 관계자는 “개정조례안 시행에 앞서 일선 자치구에 신규 건축허가 시‘지분 쪼개기’ 등 투기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 심의한 후 건축허가를 처리토록 요청하고 있다”며 “개정조례안 시행 예정인 7월말 이전에도 ‘지분 쪼개기’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의 개정조례안 시행과 관련, 해당 전문가들은 개정조례안에 대해 시행 시기 등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개정조례안에서 분양권 제한 시점을 조례 공포일 이후로 명시하고 있어 개정안이 시의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시행되는 7월 이전에 건축허가를 신청할 경우,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투기세력의 퇴로를 확보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서울시가 그동안 뉴타운을 마구잡이로 지정하면서 강북권 전역에 서민 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세대 신축의 수익성이 충분해 지분 쪼개기 같은 투기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늦장대응을 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가 뒤늦게 다세대주택과 상가 재건축으로 늘어난 지분에 대해 입주권을 제한하는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내놨지만 개정조례안의 경과규정을 보면 공포일 이전까지 건축허가를 신청한 다세대주택에 대해서는 입주권을 주는 등 문제의 소지가 많다”며“다세대주택의 전환부분에서 지금까지 입주권을 주다가 다시 빼앗는 것은 결국 서울시의 정책이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라 비난했다.

 이처럼 지분 쪼개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지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이로 인해 △조합원 수의 급증 △토지가 상승 △노후주택 비율 하락 등을 유발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포기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인천의 용현·학익 도시개발구역에서 지분쪼개기로 인해 사업을 주도하던 SK건설이 사업포기를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3면>.
또한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 재개발 구역의 경우 아파트 신축물량보다 조합원수가 많아져 지분 보유자들 간 평형재조정과 현금 청산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돼 현재까지도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조합원간 법정다툼으로 비화된 곳도 상당수 있다. 지난해 11월말 서울지역에서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시한에 맞춰 관리처분 계획인가 신청을 한 조합만 4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이중 성동구 금호 17-19구역과 은평구 응암7-9구역, 마포 공덕5구역 등 20여 곳은 지분 쪼개기로 인해 추가부담금이 급증하면서 조합원간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분 쪼개기 방지에 주민들이 앞장
 지분 쪼개기의 폐해로 인해 피해가 확산되자 일부 주민들은 직접 지분 쪼개기 방지협의회 등을 구성, 지분 쪼개기 방지에 나서고 있다.

 이 협의회는 자신의 구역에서 이뤄지는 신축 빌라 현장을 직접 점거하고 계획적인 공사에 대해선 해당 지자체에 청원서를 제출 하는 등 직접 내 지역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의 경우 이 일대에 무분별하게 신축 빌라 건축이 자행되자 인근 주민들은 ‘주택신축허가 제한 연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강서구 내의‘건축허가 제한’을 청원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소송도 불사 하겠다”
 서울시가 아파트 입주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재개발예정지에 투자를 한 일부 투자자들은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을 분양한 건축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더불어 형사고발을 거론 하는 등 법정시비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의 A씨는 “건축업체가‘근린상가에 주민등록만 옮기고 거주하면 추후에 입주권이 나온다’고 현혹해 인근의 신축중인 근린상가 66㎡(20평)를 대출까지 받아 매입했다”며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발표를 보고 수 억원을 날리게 생겼다”며 분통해 했다.

 그는 이어“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샀는데 이제와 안 된다고 하면 어떻 하냐”며 “사기 분양을 한 건축업체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조한 시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중개업자를 상대로 형사고소(사기 혐의)와 함께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내는 것이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거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일정부분 행정재량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경우 행정 재량의 차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이를 위해서는 건설업체나 중개 분양업자가 거짓(입주권이 나온다는 광고 전단지 같은 것)으로 투자자를 현혹했다는 사실 증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분 쪼개기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검찰도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부지검은 마포구와 용산구 일대에서 투기세력들이 근린생활시설을 지어 주거용으로 불법 용도 변경해 건축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거나 허위 정보로 투자자들을 속였는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불법 용도변경을 알고 인ㆍ허가를 내줬는지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관계기관의 대응이 항상 사건의 뒤를 따라 다니고 있어 국민들만 매번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시와 유관기관의 늑장 대응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