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 사대문안에 모두 담겨있던 시절에 서울의 행정구역은 자연스럽게 한강을 남쪽 한계선으로 상정했다. 그 이상을 넘어 시가지가 발전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 후 서울은 한강을 넘어 강남으로 확장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그 한계선은 그린벨트이거나 또는 서울과 경기도의 행정구역 경계선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도시는 서울과 연접해서 남으로 남으로 계속 확장돼 가고 있으며, 과천은 서울과 직접 닿아 있고, 분당과 판교는 그린벨트를 포함해 사실상 서울로 인식되고 있다. 과천을 지나 평촌, 산본도 마찬가지로 이미 서울사람들이 상당수이고 주민들도 경기도민이라는 생각이 그리 뚜렷하지 않다.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우선 면적을 기준으로 자치단체를 구별하면서 그에 더해 면적보다는 인구의 집중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를 자치단체로 인정하는 구조를 띤다. 면적이 큰 강원도와 이를 분할해서 일정한 면적을 차지하는 홍천이 전형적인 자치단체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와 달리 도시는 인구의 수에 따라 다시 다양한 층위를 갖게 된다. 도시 중에는 인구가 충분해서 큰 면적을 차지하지 않아도 하나의 기초자치단체로 인정되는 것들이 있고(수원시, 춘천시), 또 인구가 더 많아져서 광역자치단체 급에 해당하는 거대한 도시들도 존재한다(울산, 대전). 최근 10 여 년간 원칙에 해당하는 면적 중심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오히려 도시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중앙집권적 국가였고, 그래서 지방이 정치적으로 자치를 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고 헌법에 명시돼 있던 지방자치를 사실상 불허하는 임시조치법의 제정했던 것도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의 발전을 가로막은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는 자생적으로 존재하는 주민의 자치체에 자치권을 부여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가 임의롭게 획정한 행정구역에 헌법과 법률에 의해 허용된 자치권이 제도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깝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단순히 광역시로 분류되기에 너무 비중이 있는 것이므로 법률에서도 이를 특별시로 명명하고 있는데, 광역자치단체보다 더 높은 자치단체가 없으므로 형식상으로는 그냥 광역자치단체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은 행정구역으로 경기도 안에 존재하는 자치단체이지만, 도시라는 측면에서는 이미 행정구역을 크게 뛰어 넘어 경기도의 상당부분이 그 안에 포함돼 있다. 서울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기 위한 그린벨트도 사실은 이미 모두 서울이라는 도시에 흡수됐고, 이는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서 그린벨트 넘어 신도시들을 마구잡이로 개발한 결과이기도 하다. 유기적 통합체로서 도시를 생각하면 이미 서울은 경기도의 많은 부분과 인천을 거의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도시로 움직이고 있다. 과천과 은평구 중 어느 쪽이 더 서울에 가까운가를 평가해보라고 설문조사를 해보면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시는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하지만 현재 이는 단순히 행정구역의 문제에 의해 쉽게 좌절되고 있다. 성남에서 재건축을 하거나 안양에서 재개발을 하는 것이 서울의 도시문제와 직결되지만, 현재는 경기도와 그에 속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이를 결정하고 있다. 수원의 광교지구는 수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거대단지이고 서울의 인구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문제이지만, 경기도지사가 전권을 가지고 결정하는 구조를 취한다.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에 걸맞게 행정구역이 전면적으로 재편돼야 도시기능과 인구배분의 문제가 통합적으로 조절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