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계획법은 도시와 건물을 조화롭게 통제해서 도시 내 토지의 합리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도시에서는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살고 일하기 때문에 그들이 살기 위한 주택을 잘 배열하고, 업무시설, 판매시설과 공공기관이 적절하게 배치되도록 도시를 계획해야 하며, 이를 위해 활용되는 수법이 도시계획이다.
도시의 좁은 공간에서 많은 건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자유롭게 사용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로나 공원 같이 도시민들에게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다. 도시기능을 중시하는 국토계획법이 기반시설에 대해 많은 조항을 두고 있는 것도 기반시설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기반시설은 도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자유로운 시장질서에 맡겨서 저절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국토계획법이 말하는 기반시설은 원칙적으로 행정주체에게 설치의무가 부여되는 시설을 의미한다(동법 제86조제1항).
국토계획법은 기반시설에 대해 그 공공성이나 행정주체의 설치의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단순히 도로, 철도 등 교통시설, 공원이나 광장 같은 공간시설, 학교나 운동장 같은 문화체육시설 등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동법 제2조제6호). 그리고 그와 더불어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도 매우 형식적인 태도를 일관하면서 기반시설 중에서 도시계획을 통해 설치되는 것을 도시계획시설이라고 정하고 있다. 그래서 기반시설에 해당하면 도시계획결정을 통해 설치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이뤄지면 토지수용권도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반시설에 대해 국토계획법이 많은 조항을 둬 규율하고 있는 취지상 기반시설로 인정되려면 도시기능을 위해 필수적이어야 한다는 ‘필요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는 시장, 군수 등 행정주체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은 처음부터 공중의 필요성과 행정주체의 설치의무를 전제로 하는 개념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가 없으면 그것이 비록 기반시설에 나열돼 있는 시설의 일종이라 해도 기반시설이 될 수 없고 또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통해 설치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반시설 중의 일부가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통하지 않고도 설치될 수 있게 예외를 정하고 있는 이유는(국토계획법 제43조) 행정주체에게 설치의무가 있고 그 필요성도 높은 기반시설도 토지수용권이 필요하지 않을 때 간이한 절차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최근 사설 골프장이 운동시설이라는 이유로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에 해당된다고 주장되고 또 그에 의해 도시계획시설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 많은 자치단체가 이런 골프장에 대해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해주는 것도 이러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은 그것이 비록 운동시설이라 해도 도로처럼 공중의 필요성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행정주체에서 설치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도로가 없으면 그것은 행정주체의 책임이지만, 골프장이 없다고 행정주체가 어떠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사설골프장에 대한 도시계획결정은 국토계획법의 취지에 반하는 중대명백한 하자로 당연 무효이다. 무효인 도시계획시설결정에 터 잡은 수용재결도 모두 법적 근거가 없어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이를 잘못 해석해서 이 사건을 헌법재판의 문제로까지 비화시킨 행정법원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