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19일 공포, 시행된 「사회통합위원회 규정(대통령령)」에 의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가 탄생했다. 이 위원회의 10대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사회갈등예방을 위한 도시재정비사업 제도개선’이 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용산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 참사와 관련된 ‘재정비구역 일몰제와 영업보상금 현실화’ 등을 주요 핵심과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5일 사회통합위원회 계층분과위원회에서는 도시재정비 제도개선 소위원회 제12차 회의를 개최하고 정비사업이나 촉진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빚어지는 주민 간 찬반 갈등과 시행주체와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비구역 일몰제’(이하 일몰제)를 도입할 것을 밝혔다.
‘2010 서울시 정비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 520개소 중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8%인 146개소에 불과하며, 노후도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등을 이유로 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을 일정기간 경과 후에 자동 해제하겠다고 국토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일정기간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경우, 정비예정구역(?)의 지정을 해제하는 ‘일몰(日沒)’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촉진사업 등이 예정만 돼 있을 뿐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건축제한 등의 재산권 침해 등 다수 민원의 해소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비구역’이란 서울시에서 말하는 ‘정비예정구역’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비예정구역이 지정·고시된 이후에 정비구역이나 촉진구역이 지정되는 것으로, 사회통합위원회는 무엇을 해제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부동산투기와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정비예정구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비기본계획은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시장이 수립하며, 정비예정구역은 정비계획수립 확정시 향후 정비구역 등으로 지정될 지역이다.
정비예정구역의 지정 과정에선 별도의 주민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이는 행정청 내부의 행정계획으로서 위법 등을 이유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3년이란 기간 동안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토지를 분할할 수 없으며, 정비구역이 지정되기 이전에 권리산정기준일을 정해 주택공급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를 비롯한 시·도에서 정비예정구역의 지정은 사실상 향후 5~6년 후에나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한 곳까지 지정하고 있다. 이는 국토부의 「도시·주거환경정비계획 수립지침」과도 정면으로 대치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부동산전문가라 칭하는 이들이 정비예정구역 예상지역을 정해 지분쪼개기 등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몰제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노후·불량건축물의 분포도를 분석해 수립지침에 맞도록 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해야 한다. 지정된 정비예정구역이라도 요건에 맞지 않은 지역은 과감히 도려내야 하며, 정비구역의 경우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4월 서울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재개발·재건축,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변경(안) 공람을 통해 정비예정구역을 오히려 확대하려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의 경우, 성동구 하왕십리 등 14개의 정비예정구역을 추가로 지정하고 2개소만 해제, 재건축사업에서는 종로구 충신동 등 33개소를 추가하고 3개소만 해제하겠단다.
시작이 분명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로드맵을 밝히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