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시골로 귀농을 한 A씨는 한우를 잘 키워서 브랜드화 해 보려는 꿈을 갖고, 수년간 준비한 후에 축사를 짓기 위해 농지 500여 평을 구입했다.

구입한 농지를 축사로 사용하기 위한 농지전용을 득하고, 축사 도면과 서류를 갖춰 행정관청(면사무소)에 건축신고를 하고 신고필증을 교부받자, A씨는 바로 착공신고서를 행정관청에 제출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축사가 거의 완공될 시점에 행정관청(군수)로부터 공사를 중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유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민원을 제기해서 법령을 확인해 보니 학교 경계로부터 200m이내에는 학교위생환경정화구역이기 때문에 「학교보건법」 제6조에 따라 축산폐수처리시설이나 분뇨처리시설은 설치할 수 없으니 축사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A씨가 이해를 못하는 것은 축사를 짓는 땅의 위치는 비록 학교의 경계로부터 180m였으나, 학교의 뒷동산 너머에 있어 교실에서나 학교정문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뒷동산에 올라와야 보이는 곳인데다, 학생들의 통행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곳이었다.

또한 이 학교는 전교학생이 총35명인데, 이들 학생들의 부모는 거의 대부분이 농사나 가축을 키우는 일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시골학교였기에 축사냄새가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A씨는 지역 텃새라 여기고 건물을 완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축사에서 키울 소를 살 자금을 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니, 축사를 완공했다는 사용승인 필증이 필요했다.

그러나 행정관청에서는 공사를 중지시켰기 때문에 사용승인을 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축사는 불법건물이기 때문에 철거를 할 때까지 건축법 제80조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장 떨리는 소리를 들었다.

A씨는 ‘철거를 명할 정도의 불법적인 건물이었다면, 왜 신고를 받아주었냐’고 울분을 토했다. 행정관청(면사무소)에서 처음부터 건축신고를 받아 주지 말아야지 자신들이 신고를 받아줘서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철거하란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이것은 행정기관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므로 사용승인을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래서 법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신고관련 판례에서 1심과 고등법원에서는 A씨의 주장처럼 일단 행정청이 불법 여부를 모르고 신고를 수리한 이상, 건축주에 대한 신뢰보호차원에서 사익과 공익을 서로 비교 형량해서 공익의 침해가 크지 않다면 이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사용승인을 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서울고법 2005.9.7. 선고 2004누25313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4. 11. 2. 선고 2004구합18658 판결).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신고와 허가의 법리를 잘못 판단했다”고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즉, 건축허가는 적법여부를 행정기관이 확인했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반면에, 건축법상의 신고는 서류를 단지 접수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신뢰보호를 적용할 수 없다며 사용승인을 거부한 행정청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06.1.26. 선고 2005두12565 판결 참조).

그런데 신고 제도를 건축법에 도입한 취지는 허가에 드는 건축설계비용을 절약해 국민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일정규모 이하의 건물은 허가가 아닌 신고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건축설계비용은 건물 총공사비의 1%도 안 되는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의 사례처럼 이를 절약해 준다고 신고제도를 도입해 놓고, 엄청난 공사비를 들여서 건물을 짓고 난 다음에 현행법에 맞지 않는 위반건축물이므로 철거해야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건축신고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건축규제를 푸는 지름길이라고 일부 건설사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몇 푼 되지 않는 설계비용을 줄여준다고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위의 사례는 잘 보여준다. A씨의 경우 신고가 아닌 허가였더라면 미리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축사를 건립할 수 없는 곳이란 것을 사전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