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시가 인천 가정오거리 도시개발사업(루원씨티)을 수행하면서 아주 기본적인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보상협의에 응하지 않은 세대에 대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이하 중토위)에 수용재결을 신청했으며, 중토위는 지난해 12월 2일 1차(32건), 올 2월 12일 2차(42건), 지난달 30일 3차(73건) 등 총 147건에 대한 수용 재결신청 열람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수용재결을 신청하기 전 현행법에 따라 토지·물건조서를 고시해야 하지만 물건조서를 누락시켜 수용재결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

토지·물건조서는 수용대상이 되는 해당 지번과 그 위에 있는 주택 등을 기록한 문서를 말한다. 현행법은 협의에 불응하는 주민들의 재산을 수용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가 중토위 등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고 수용재결을 받으면 소정의 행정절차를 거쳐 주민이 수용을 반대하더라도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수용재결을 위한 필수조건인 물건조서를 누락해 수용재결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토지정책과와 도시재생과 담당자들도 “물건조서를 고시하지 않은 것은 수용할 물건이 없다는 것과 같다”며 “명백한 하자로 보인다”고 지적해 이를 뒷받침해 줬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도시개발법 제22조제3항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할 때 제5조제1항제14호에 따른 수용 또는 사용의 대상이 되는 토지의 세부목록을 고시한 경우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0조제1항과 제22조에 따른 사업인정 및 그 고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위 법조항이 ‘토지등’이라고 하지 않고, 단지 ‘토지’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사업시행자가 물건조서는 생략한 채로 토지조서만 고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비단 이번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많은 건설사들이 도시개발사업 기타 수용이 가능한 사업을 수행하면서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어떤 건설사는 토지조서도 누락시키는 잘못을 범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토지 5㎡가 토지조서에서 누락된 채로 수용재결이 된 사안에서 수용재결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한 바도 있다.
이렇게 되면 토지 5㎡ 때문에 당해 사업을 중지해야 하는 엄청난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허나 이는 명백한 법 해석의 잘못이라고 본다. 토지조서와 물건조서는 강제로 수용할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것이 없으면 강제수용이 불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개발법 제5조제1항제14호는 개발계획의 내용에 ‘수용 또는 사용의 대상이 되는 토지·건축물 또는 토지에 정착한 물건과 이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 광업권, 어업권, 물의 사용에 관한 권리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세부목록’을 포함해 고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개발사업의 수용방식이 의제하고 있는 토지보상법 시행령 제12조제1항에는 수용재결신청을 하기 위해서 ‘수용 또는 사용할 토지에 물건이 있는 경우 물건의 소재지·지번·구조 및 수량’를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법적 하자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시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다시말해 물건조서를 고시하고 다시 감정평가를 하고, 협의절차를 거쳐야만 강제수용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의 기간이 더 소요돼 사업시행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잘못을 미리 지적받으면 다행이다. 이런 잘못을 모른 채로 수용재결이 나고, 이에 대해 토지등소유자가 행정소송을 통해 잘못을 바로 잡으면 그 기간은 더욱 더 늘어나 그 피해는 가늠키도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국토부는 즉각 도시개발법 제22조제3항의 내용을 ‘토지’라고만 하지 말고 ‘토지등’이라고 개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건설사 등 사업시행자들은 위 법 조항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반드시 토지조서와 물건조서를 함께 고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토지 또는 지장물이 누락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