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이 2003년 7월 1일 처음 시행된 이후 도시정비법상의 매도청구권과 소위 알박기 행위가 현실에서 종종 충돌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시정비법 제39조는 공익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정비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재건축사업 시행자에게 매도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사업 시행자는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를 포함한다)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해 매도청구를 행사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매도청구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매도청구권의 상대방이 재건축사업의 시행에 필수불가결한 토지 또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그 가격협상과 관련해 매도청구권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알박기’의 경우가 그렇다. 매도청구권의 상대방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을 배제하고는 해당사업을 정해진 기간내에 추진할 수 없을 때 그 대금은 상대방이 부르는 게 값이다.

재건축이라는 규모 있는 사업을 도모하는 입장에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한 상대방의 턱없는 제안에도 응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부당하다고 보이는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검찰에서 애용하는 형법 법규가‘부당이득죄’다. 소위 ‘알박기’를 단죄하려고 부당이득죄를 의율해 기소하는 사례가 가끔 있으나 승률(유죄선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

형법 제349조 제1항은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상 매도청구권은 공익을 위한 사유재산권의 제한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행사되야 하는 반면 ‘알박기’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부당성이 엿보이더라도 그 제한에 무척 신중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실례를 보자. 갑은 구로구 소재 대지 160㎡ 및 그 지상 다세대주택의 소유자이고 을은 갑의 토지가 포함된 150필지 3만㎡에 대해 2003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으로서 아파트 600세대를 추진 중이다.
갑은 을조합이 자신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소송기간을 1년이상 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을조합이 6개월 후인 2003년 11월경 시행되는 서울시 11차 동시분양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그 경우 조합으로서는 부동산매입 및 이주비등에 사용된 대출금의 이자 상환 부담과 2003년 10월까지 이주를 완료치 못함으로써 시공사측에 지연손해배상금을 부담해야 하는 등 하루 약 700만원가량의 금융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갑은 이를 알고 가격협상에 철저히 이용했다. 더 나아가 갑은 절차상 하자를 빌미로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하여금 조합에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압박도 가했다.

결국 갑은 조합의 불리한 지위를 이용해 조합측과 사이에 시가 5억원에 불과한 갑 소유의 부동산을 3배에 달하는 15억원에 매도해 10억원의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검찰에서는 갑의 행위를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갑에게 부당이득죄를 의율해 기소(재판회부)했으며 1심에서는 갑에게 징역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사실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핀 다음 을조합이 갑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할 무렵인 2003년 11월 경에도 매수하지 못한 다른 토지들이 있었던 점을 중시했다.

갑은 을조합 설립 2년전에 이미 토지를 매수해 건물을 신축하고 10여년간 거주해오다가 을조합에게 어쩔 수 없이 부동산을 매도하기에 이른 점, 을조합도 재건축사업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주된 이유로 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항소심의 무죄선고를 그대로 유지시켰다. 대법원도 개인간의 거래 또는 계약체결에 가급적이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상대방이 해당 토지 또는 건물을 조합추진 이전에 이미 소유하고 있었는지, 조합업무 추진 중 소유하게 됐는지가 대체로 주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업시행자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알박기 복병을 만나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