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은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다. 갑은 자기를 잘 따르는 을(乙)을 조합의 이사로 등재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을은‘조합원’자격이 없어 자체 규약에 따라 ‘이사’ 자격이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대의원회에서 을이 아닌 다른 조합원 4명을 이사로, 병(丙)을 감사로 선임했다.

 

그럼에도 갑은 평소 잘 알고 있는 법무사를 통해 법인설립등기 신청을 하면서 을이 적법한 이사인 것처럼 기재했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선출된 4명이 이사와 감사의 기재가 누락된 신청서를 작성해 법인등기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제출했다.

 

등기 담당공무원은 신청서 및 관련 서류의 내용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실사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 단지 관련 서류를 형식적으로 심사해 등기부 기재 여부를 결정할 뿐이다. 담당공무원은 갑이 신청한 서류에 형식적 하자가 없으므로 신청서 내용대로 법인등기부에 등재하고 그 등기부를 비치 후 일반에 공개했다.

이 경우 갑은 형법상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동행사죄’의 책임을 진다. 공정증서의 대표적인 것이 토지 및 건물등기부 그리고 법인등기부다. 매매계약서등 서류를 위조해 실제 권리가 없는 사람이 권리 있는 것처럼 건물등기부에 허위 사실이 등재되도록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가 상법위반과 결합해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닌다.

도시정비법 제85조제10호는 사위 그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때에는 당연히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사처벌에 ‘등록취소’라는 행정처분도 수반된다.‘사위’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다.‘사기’라고 표현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법률용어로서의 ‘사기’란 기망의 수단으로 ‘재물이나 재산상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말한다.

 

등록은 재물이나 재산상이익과 무관하기 때문에‘사기’ 대신‘사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사위 또는 부정한 방법에는 자격없는 자를 자격있는 것처럼 서류를 갖춰 등록하는 경우 등도 예상되지만 자본금 가장납입이 대표적이다. 상법은 법인등기 시 자본금을 가장 납입하면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한편 도정법 시행규칙에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등록기준 중 하나로 법인의 경우 자본금을 5억원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정(丁)은 정비업체인 A주식회사의 실질적 경영자다. 사채업자로부터 5억원을 한달정도 차용한다. 은행에 가서 차용한 5억원을 납입해 주금납입증명서를 발급받는다. 법무사를 통해 법원등기과에서 주금납입증명서를 첨부하고 관련 서류를 구비해 법인설립등기 신청을 한다. 등기담당공무원은 주금납입증명서를 보고 5억원이 은행에 잘 보관된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다. 공정증서 원본인 법인등기부에 A회사의 자본금이 5억원인 것으로 등재되고 그 등기부가 법원등기과에 비치돼 일반에 공개된다.

한편 정(丁)은 시청주택건축과에서 A회사 명의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등록 신청을 하면서 5억원이 입금된 위 회사명의의 은행통장 사본을 제출한다. 이어서 5억원을 전액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고스란히 변제한다. 이것이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인한 등록의 대표적 사례다.

정은 자본금을 가장 납입한 부분에 대해 상법위반죄로, 법인등기부에 허위사실이 기재되고 비치되도록 한 부분에 대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동행사죄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등록부분에 대해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처리된다.

‘상법위반’도 생소한 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