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칼럼]

 Cross-Functional Team

노  동 성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문위원

닛산이란 자동차회사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한때는 ‘기술의 닛산’으로 불리면서 도요타·혼다와 함께 일본의 3대 자동차 메이커였다. 그런데 이 일본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회사가 1990년대 들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고 급기야는 프랑스의 르노회사에게 굴욕적인 인수를 당하게 된다. 닛산을 인수한 르노는 2000년에 구조조정의 귀재인 카를로스 곤 회장을 일본에 파견한다. 놀랄만한 것은 곤 회장은 취임 후 1년 만에 3년 연속 적자기업을 흑자로 바꿔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4위의 자동차그룹인 '르노닛산얼라이언스'로 다시 옛 영광을 재현하고 있으며, 더불어 이 개혁을 주도한 곤 회장은 프랑스 르노 본사와 일본 르노닛산의 회장을 현재 겸하고 있다.
곤 회장의 이런 기적의 경영술에서 언급되는 핵심 용어가 CFT(Cross-Functional Team)라고 한다. 곤 회장은 닛산의 문제점을 의사결정의 복잡성과 부서의 이해관계에 따라 벽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 부서의 장에게 협조 사인을 받다보니 부서의 이기주의에 의해 발목이 잡혀 결국에는 프로젝트의 성격이 변질되어 버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곤 회장은 의사결정은 개별부서별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차원에서 결정되도록 프로젝트에 따라 전문가팀을 별도로 구성하여 팀의 의사가 곧 회사의 방침이 되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시켰다.

우리나라 건축행정에 있어서 CFT와 유사한 개념이 2005년에 도입되었다. 「건축법」 제8조의2에 ‘건축복합민원 일괄협의회’란 명칭으로 건축주가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원스톱으로 인허가를 처리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우리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중 많은 수의 민원은 이 일괄협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여 발생한 민원들이다. 우리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중 A씨의 민원은 8층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 행정청인 甲에게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각부서와 협의를 진행하던 중 甲의 토목과는 대지에 접한 현황도로인 도시계획도로를 A씨가 매입 후 행정청에 기부채납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했으나, 정작 담당 부서인 甲의 도시정비과에서는 이 민원건물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대상 건물도 아니고, 도로를 기부채납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甲의 건축과에서 민원인에게 준 허가증에는 도로 매입 후 기부채납 조건이 부과되었다. 그러자 민원인은 도로를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높여주던지 아니면 기부채납 조건을 취소하여 달라고 우리 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다른 사례로는 행정청인 乙의 건축과에서는 농업진흥구역에 버섯재배사 건축을 위한 건축허가시 버섯재배사에 근무하는 직원을 위한 구내식당과 사무실을 부속시설로 판단하여 건축허가를 해주어 민원인 B는 건물을 짓고 사용 중이었으나, 乙의 농지과는 구내식당 등은 농지법에서 규정한 농지를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농지법 위반이라고 농지 원상복귀 명령을 민원인 B에게 하였다.
또 다른 사례는 C씨가 건축허가 신청을 위해 행정청인 丙이 속한 경찰서와 협의과정 중에 국도의 진출입로에서 C씨의 대지로 진출입하기 위한 가·감속차선을 설치토록 조건을 부과하자 丙의 건축과는 이를 건축허가 조건으로 부과했다. 그러나 우리위원회의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봐 이곳은 가·감속차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곳으로 잘못된 조건이 었던 것이고, 이런 사실을 丙의 건축과 공무원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교통을 담당하는 경찰서에서 붙인 것이라 조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위원회는 단지 한 부서에서 제시한 의견을 인허가권자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율함이 없이 각 개별부서의 의견을 허가증에 나열하면서 건축조건을 붙이는 관행은 건축법 제8조의2 ‘건축복합민원 일괄협의회’의 취지를 어긋나게 하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위의 모든 사례에 대해 시정권고했다.
CFT의 성공 열쇠는 기존 관행을 철파하고, 기업문화를 쇄신하여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의 곤 회장 같은 CEO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한번쯤 우리나라 행정청의 장들도 생각해 볼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