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특별공급제 폐지
“집도 못짓게 하더니 이제 어쩌라고”
특별공급제 폐지에 철거민 집단반발
서울시, “계획변경 없어…강행돌파”
서울시가 오는 4월 18일부터 철거민에 대한 주택특별공급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해관계에 있는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거민 시청 항의방문
서울시는 지난달 7일 「서울특별시 철거민등에 대한 국민주택특별공급규칙」을 개정해 도시계획시설로 철거되는 주택소유자에게 분양권을 주던 제도를 폐지하고 일괄적으로 임대주택입주권만 부여한다고 발표했다(본지 2007.12.18자 6면 기사 참조).
이에 도시계획철거민 연합회는 지난달 21일과 27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서울시의 철거민 특별공급제 폐지를 비난했다.
이날 집회에서 철거민들은 서울시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철거민 특별공급제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철거민들은 규제개혁위원회가 개최되는 시의회 별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자 의회 본관 앞에서 다시 집회를 가진 후 자진해산 했다.
투기꾼 잡으려고 철거민까지 잡나
연합회 관계자는 “일방적인 주택특별공급제도 폐지는 도시계획시설 영세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강탈하는 행위로 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연합회 자체조사 결과 전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신규택지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연합회는 SH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신내 3지구에 5210세대, 내곡 지구에 5260세대, 마곡지구에 1만8000세대 등 개발계획이 있다면서 철거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특별분양권이 투기를 조장하고 철거민 재정착률은 13%에 불과해 특별공급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투기꾼을 잡기위해 선량한 철거민까지 같이 잡는 것이 말이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기에 철거민들이 더욱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됐지만 2008년 예산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민과 특별공급을 받는 주민 사이에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똑같이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다가 갑자기 어느 한 시점에 누구는 아파트를 받고 누구는 임대아파트에만 들어가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원인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철거민들이 이렇게 심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특별공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따른 재산권 제한을 참고 있다가 그러한 기대가 갑자기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 도시계획시설 결정사례를 보면 4년~10년 이상 미집행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1972년에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하고 36년이 넘도록 사업시행을 하지 않아 고충위에서 시정권고를 한 경우도 있다.
도시계획시설 철거민들의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이유다.
서울시, 계획대로 간다
철거민들의 반발과 관련해 서울시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를 한만큼 예정대로 철거민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이나 투기세력에 휩쓸려 도시계획시설 대상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많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실제 영세한 원주민들은 아파트 분양권을 받아도 실제 입주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임대아파트를 받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며 “제도의 보완을 위해 장기간 검토가 이루어진 후 개정을 하는 것이니 만큼 예정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비특별법과 충돌할 수도
한편 철거민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이 재정비특별법과 충돌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비특별법 제9조제4항에 따르면 광역적 재정비촉진을 위해 인근 지역을 재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도시계획시설이 재정비구역으로 포함되면 철거민주택공급규칙 개정에 따라 임대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던 토지등소유자도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우연한 사정에 의해 주택분양을 받을 수 있는 주민과 그렇지 못한 주민이 다시 나뉘게 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한 전문가는 “서울시가 충분히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법제적인 측면에서 관련법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