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주인은 누구일까를 생각해본다. 외계의 지능 있는 생명체가 지구를 관찰한다면 무어라고 할까? 그의 눈에 비친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지구는 더 이상 녹색의 별이 아니다. 마치 바퀴벌레처럼 무수히 움직이는 것들의 역겨움이다. 기고 서있고 달리며 내뿜는 매연과 오염, 소음공해와 진동은 지구의 주인공을 자동차로 착각하게 한다.
급격한 도시화의 모습을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꼽는다면, 도시화는 무한대의 자동차 숫자의 증가로 상징된다. 어디를 가나 자동차의 홍수이다.
도시행정은 자동차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책적과제이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를 만들고, 자동차가 배출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환경정책을 입안하고, 자동차 운행과 사고처리를 위한 행정력의 소진과 낭비는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자동차를 위한 자동차만의 세계가 바야흐로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인간은 어떠한 문명의 이기로부터도 주인의 자리를 빼앗긴 적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문명의 이기의 출현을 계기로 해 인류문명의 획기적 발전기회로 활용했던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등장과 자동차 중심 문명의 도래는 인류가 가진 오랜 경험과 성과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시대를 이끌어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구의 주인이 되는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각성과 고민이 따라야한다.
오늘날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당면한 임무중의 하나는 원활한 교통소통 대책마련이다. 가로의 폭원결정과 교차로 설치가 중요하고, 주차공간의 확보 및 교통체계수립 또한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으로 늘어나는 차량 증가를 감당하기에 도로는 너무 힘겹다.
가뜩이나 적은 예산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통혼잡 비용의 증가, 도로위의 난폭 운전, 세계 1위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도로율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꿈속의 목마름처럼 만들어도 부족하기만한 문제해결을 위해 도시 당국자들이 언제까지 끌려 다닐지는 현재의 상황으로는 아득하다.
노인과 어린아이, 자동차 무소유자를 고려하지 않는 자동차 중심의 사고가 지배적인 사고로 자리하는 한, 충분한 도로확보는 불가능하다. 도로점유율 2/3을 차지하는 개인수송용도의 차량운행이 줄어들고, 대중교통 분담률이 늘어나기만 해도 우리의 도로는 지금 같은 몸살을 앓지는 않을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의 축적과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도시인의 건강위험을 감안한다면 자동차 중심사고의 일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적으로 신도시 건설을 위한 도시설계시 자동차의 무한증가를 자제하는 의도가 반영돼야 한다. 그것이 대중 교통중심의 도시구상이던, 보행과 자전거로 접근이 가능한 직주근접의 도시이던 간에 근본적으로 현행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 계획은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심각하게 물어야한다. 지구의 주인은 과연 자동차인가? 자동차 중심문명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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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아니면 죽음을-
가로수야 그렇지 않으냐
도시생활이라는 거 말이지
문명의 난민 아니냐.
아스팔트의 지옥
맹목과 명목의 역청에
허덕이는 오토피플
우리는 난민이다.
오 이 지긋지긋한 자동차들,
바퀴벌레들아 그렇지 않으냐,
도시표면을 다 털어버린
저 달리고 기고 서있고 찢어지는 구역질
저 자본의 토사물속에서 허덕이는
삶이라는 이름의 재난!
그렇지 않으냐 하필이면 도시에 사는 비둘기들아
유독가스 속을 아장거리며
던져주는 먹이에 정신없는 우리의 동료들아
유황의 화력과 마력과 금력의 불길
그 날름대는 혀의 불타는 마비의 추력으로
우리는 오늘도 생산하고 소비하고 지지고 볶고
자동적으로 이판이고 나 몰라라 사판이며
진짜에서 멀리 진짜에서 멀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힘으로
이런 절규를 힘껏 숨긴다. “가짜 아니면 죽음을”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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