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

이상영(부동산114 대표이사 사장)

조지 메이슨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3가지 요소로서 3T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3T란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을 말하는 것인데, 결국 도시의 경쟁력이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산업생산성, 창의성, 문화적 다양성 용인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우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실리콘 밸리를 끼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주택과 오피스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역과 디트로이트처럼 자동차산업의 몰락과 함께 부동산가격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지역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한 도시는 벤처와 IT,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이 최고조를 이룬 지역이고, 다른 한 도시는 자동차산업의 쇠퇴와 더불어 인구가 급감하고, 사양화되는 지역인데, 그 근저에는 도시경쟁력의 우열이 작용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문화적 다양성이 중요한 기본적인 경쟁력 중의 하나라는 것인데, 예를 들면 게이(gay)지수와 같이 동성애문화와 관련된 경우나 모자이크지수와 같이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사는 정도에 대한 지수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으며, 그 만큼 문화적 역동성을 갖는 도시의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아시아지역의 경우 가장 도시경쟁력이 앞선 도시로 싱가폴을 꼽을 수 있다. 싱가폴은 아시아경제의 허브지역으로서 개방성과 인재유치,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체류 외국인과 같은 규모인 100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계획적인 도시개발과 미래지향적 개발전략을 통해 도시경쟁력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싱가폴 이외에도 시드니나 홍콩, 동경, 상해 등도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도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단순히 주택가격의 상승률이나 인구증감만 놓고 본다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도시경쟁력이 우위인 지역이고, 대부분의 지방도시는 이러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도시 중에서 주목할 만한 지역은 울산, 창원 등 산업기반이 있는 도시들이고, 수도권 내에서는 인천이 비교적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편적인 현상만으로 기술과 인재, 관용이라는 도시경쟁요소의 역동성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국제화, 산업생산, 인재양성과 같은 경제적 속성에 대해서는 국내도시에서도 비슷한 요소를 찾아낼 수 있지만, 문화적 다양성, 창의성과 같은 요소들을 파악하고, 또 그것의 발전방향을 도시개발과정에서 분석해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를 기초로 우리 도시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과제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최근 일본의 도시재생사업을 보면 도시개발이 성공하면서 도시와 국가경쟁력이 제고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은 90년대초 버블붕괴 이후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도심 자체를 새판으로 짜서 부흥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경의 경우 새로운 도시계획과 개발 방법론을 고안하여 도심 내 쇠퇴하던 롯본기, 시나가와, 시오도메를 대표적인 랜드마크 지역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개발은 단순히 주거지역개발의 의미가 아니라 산업,기술과 창의성을 기초로 하는 도시경쟁력의 개념이 부여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다양한 재생프로젝트나 도시경쟁력이 높은 외국 선진도시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우리 도시에 적용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