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비리의 온상인가?

박영주(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우리 삶의 터전인 도시는 생명체와 비슷하게 성장과 쇠락을 반복한다. 성장과 쇠락을 반복하는 도시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 바로 도시정비법이 정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도시정비법은 그외 주거환경정비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2006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1470여 곳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니, 도시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상당수가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도시정비법은 도시기능의 회복과 불량한 주거환경을 보다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개량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절차와 방법에 관해 규정하기 위해 제정됐다(같은법 제1조). 그런데 근래 들려오는 뉴스를 접하고 있노라면, 노쇠해진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온갖 비리의 온상이 돼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까지 정다운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사람들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임원 선출이나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의견의 차이로 철천지 원수가 돼버린다. 검은 돈을 둘러싼 비리사건 뒤에는 의례 해당 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건설업체나 시행사, 조합 임직원이 관여돼 있다는 수사발표가 따른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투명한 추진을 위한 장치로서 만들어진 정비관리업체는 부당한 청탁과 그에 따른 거액의 대가가 은밀하게 전달되는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르는 불가피한 것인가? 도시정비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과 제도들이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한 것은 아닌가? 진정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임직원과 정비관리업자를 형법상 뇌물죄 등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해 이들의 위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불법행위를 방지하려고 한다(도시정비법 제84조). 그러나 이마저도 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우선 도시정비법 제84조의 규정에 따르더라도 언제부터 조합의 임직원이나 정비관리업자가 공무원으로 의제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비관리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브로커가 법에 따라 등록한 정비관리업자보다 오히려 더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또 많은 사건들에서 문제되고 있는 추진위원회 구성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작 공무원의제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형평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합의 일부 임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고, 그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른 엄청난 개발이익이 어떻게 산출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분배되는지 여부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후에 적발된 위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너무나 강한 돈의 유혹을 뿌리치게 할 수 없다.

이제 그동안의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관련자, 기업체들의 불법행위들이 어떤 것들이었고,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초래된 것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투명하지 않은 조합 운영이 문제라면, 조합업무를 투명하게 공개해 조합원들이 스스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모호한 법규정과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가 문제라면, 사업현장의 실상을 반영해 보다 명확하게 법제정의 취지를 밝혀 관련자들이 법을 준수하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장과 쇠락이 불가피한 도시화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잘못된 법과 제도로 인해 지체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쇠락해가는 도시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쾌적하고 활기찬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되도록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