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는 헌재가 한다는 말이 시중에 유행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행정수도의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이, 최근에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일부 위헌 판결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헌재는 2005년 9명의 재판관이 위헌 결정을 내린 이른바 학교용지부담금에 대해 재판관 7분의 찬성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판결은 매우 존중돼야 하나 위헌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사림으로서 매우 아쉬움이 남는다. 2005년과 비교해 부과대상자를 수분양자에서 개발사업자로 변경하고, 부과대상을 300세대 이상 주택사업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개정한 것뿐이다.

헌재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된 부담금이 분양계약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는 헌재의 공동주택 분양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분양원가 결정제도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가구성 요소를 명확하게 정해 놓고 여기에 약 4-6%의 이윤을 추가해 분양가격을 정하도록 하고 정하고 있다. 이른바 ‘분양가상한제 및 공시제도’이다. 결국 부담금의 실질적, 경제적 부담 주체가 분양계약자가 됨에도 형식적으로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시한 것은 헌법 정신의 실현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미흡한 판결이다. 타 법률에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중심으로 정당성이 검토되고 있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또 신규 개발지역에 일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특별한 공익사업’으로 보아야 하며, 부담금의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편향된 시각이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개발 사업은 도심 인구의 분산과 주거복지의 증가라는 국가의 정책적 목적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주민의 주거복지가 향상되고 해당 지역이 발전한다.

 

수용권이라는 수단도 동원돼 공공택지가 개발되며, 또 공공택지 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 등의 제도를 통해 개입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학교 설립 비용이 증가한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주택공급 및 도시개발에 대한 정책적 결정으로 비롯된 것이다. 정책적 판단이 정당한 절차와 법적 기준을 구비했다면 그 시행에 따른 학교를 설립해 공급하는 것 또한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인 것이다.

 

헌재가 신규 개발지역에 지나친 교육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다른 교육 주체에 대한 피해라고 사실을 인식하는 것 또한 매우 편향된 인식이다. 정해진 파이를 배분하는 구조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닌 파이를 늘리는 차원에서 검토돼야 하는 문제로 파악 보다 적극적인 주문이 필요했다. 도시 개발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해당지역의 학교 설립 문제를 ‘특별한 공익사업’으로 판단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학교 설립 비용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육 예산을 증액하거나 장기국채 등의 발행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다.

한편 2분의 재판관들은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의무교육 대상 학교에 대해 부담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분양계약자인 국민에게 전가됨으로 의무교육의 무상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99세대를 공급하는 주택사업과 현행 기준인 100세대 주택 사업을 차별하는 구체적 이유가 없음을 이유로 평등권 또한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위헌론을 주장해서가 아니라 헌법 정신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기초로 생각한다면 이번 헌재 결정은 문제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