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시공자 선정시기와 방법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 전 도시정비법 제11조는 재개발조합과 도시환경정비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토록 하고 있었으며, 시공자 선정은 국토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을 따르도록 했다.

이 규정을 위반해 시공자를 선정한자 및 시공자로 선정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음은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구체적 사례다.

갑(甲)은 서울 마포구 소재 토지 10필지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하는 A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고 을(乙)은 B건설회사의 대표이사다. 2002년 4월 7일 A조합이 경쟁입찰의 방법에 의해 을이 운영하는 C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조합은 2003년 6월 중순경 C회사의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을이 함께 운영하는 B건설회사로 시공자를 변경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던 중 일부 조합원들이 B건설회를 시공자로 선정한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조합은 2005년 9월 24일 총회를 열어 시공자를 C회사에서 B회사로 변경하는 ‘시공업체 명칭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검찰은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84조의2, 제11조를 그대로 적용해 갑과 을에게 벌금을 구형해 재판에 회부(구 약식기소)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갑과 을이 2003년 6월 중순경 C회사에서 B회사로 시공자를 변경했고 이에 기초해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2003년 6월 30일 마포구청장으로부터 적법하게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건설촉진법은 시공자 선정을 반드시 경쟁입찰의 방법에 의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나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규정이 없었다.

도시정비법 84조의2 규정자체가 2003년 12월 31일에 처음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2005년 9월 24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변경을 추인의결을 했다는 것만으로 도시정비법 84조의2를 적용하는 것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무죄라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 요지다.

법원은 갑이 2003년 6월 12일 시공자를 C회사에서 B회사로 변경한 것은 2003년 6월 당시 이행된 조합정관에 의해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요하는 사항임에도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일부 조합원들이 B회사를 선정한 것을 문제삼자 2005년 9월 24일 개최된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업체 명칭변경의 건’이 가결됐는데, B회사와 C회사의 관계, 2005년 9월 24일 조합원 총회 의결이 이뤄진 과정을 고려하면 ‘시공사 명칭변경’은 단순히 동일한 회사의 명칭변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공자 변경을 의미한다고 봤다.

2005년 9월 24일 비로소 시공자 변경이 이뤄진 이상 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시행중인 도정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시공자를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선정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결국 갑과 을은 똑같이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 받았다. 다만, 이같은 사유만으로 마포구청장이 2003년 6월 30일자로 행한 사업계획승인 처분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시기 및 방법이 점점 상세히 규정되고 있다. 시행과정에서의 미비점이 계속 보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구체화되는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을 100%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법의 한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