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공의 필요를 위해서는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즉 소유권의 강제수용은 어디까지나 예외인 것이다. 따라서 법은 강제수용을 인정하면서 엄격한 절차규정을 두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명 날인 제도이다.

먼저 토지보상법 제14조제1항은 ‘사업시행자는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를 작성해 서명 또는 날인을 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서명 또는 날인을 거부하거나 또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을 알 수 없거나 그 주소,거소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서명 또는 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되, 사업시행자는 해당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에 그 사유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8조제5항은 ‘사업시행자는 협의기간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협의경위서에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서명 또는 날인을 거부하거나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을 알 수 없거나 그 주소·거소 그 밖에 통지할 장소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서명 또는 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서명 또는 날인을 받지 아니하되, 사업시행자는 해당 협의경위서에 그 사유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가 강제로 수용권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2번에 걸쳐서 소유자의 서명 날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 있어서 사업시행자들은 이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사업시행자를 찾아와서 서명 날인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소유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를 했다고 우기면서 수용재결을 신청하고, 그러면 토지수용위원회는 그 말을 대체로 믿어주는 경향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자신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 당하는 데 있어서 소유자가 사업시행자를 찾아가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강제로 빼앗기는 것도 억울한데 일부러 사업시행자를 찾아가 서명 날인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법도 그렇게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물론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이의신청을 했다면 거부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무조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했다고 우기는 것은 잘못이다.

실무적으로 소유자들은 무조건 이의신청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할 행동이다. 오히려 사업시행자에게 소유자의 서명 날인을 받지 않고도 강제로 수용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의신청을 하면 달라지는가? 토지조사서나 물건조사서는 이의신청을 하면 즉각 현장을 조사해 바꿔 준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특히 물건조사서가 잘못되면 수용을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무 1그루가 빠졌다고 이의신청을 하면 즉각 다시 조사해 나무 1그루를 조사서에 기재해 준다. 그래야 강제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 나무는 보상을 못 받는다. 그러면 손해인가? 아니다. 보상을 받지 못했으므로 소유권도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시행자는 그 나무를 다시 조사해 수용하지 않는 한 사업시행이 불가한 것이다. 그러면 누가 진정으로 고통인가? 그런데 협의경위서는 다르다. 이의신청을 해도 거의 들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협의요청에 대해서도 굳이 이의신청을 할 이유는 없는 것이 아닌가? 소유자들이여! 무조건 이의신청을 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