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토부는 국가 토지비용 절감을 위해「토지은행제」를 도입키로 했다.

장래 이용,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토지를 미리 저렴하게 확보·비축한 후 공익 목적상 필요할 때 활용해 토지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위해 (가칭)「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만들어 이달 중 국회를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국가의 모든 토지를 한 곳으로 모아서(Banking) 공적개발 수요 충족 및 토지시장 안정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개발예정지·가능지를 비축해 필요한 시기에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정부·공기업·민간에 공급하는 국가차원의 토지수급관리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토지은행은 공공개발용지(산업용지, 택지, SOC용지)와 토지시장안정용지(수급조절 및 개발가능지 등)로 비축목적을 구분해 매입을 하고, 비축한 토지 가운데 매년 330만㎡의 땅을 10년간 장기저리의 임대산업단지로 공급한다. 토지은행은 올 가을부터 3년간 여의도 면적(840만㎡)의 4배에 달하는 3300만㎡의 땅을 매입할 방침이다.

국토부의 발표내용을 보면 공공토지의 취득·관리·공급 등 모든 단계에서 토지은행이 국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업계획을 시행케 함으로써 토지비축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계획과 통제·감독 장치를 마련한다. 또한 국가차원에서 공공토지비축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0년 단위 기본계획인 ‘공공토지비축종합계획’과 1년 단위 실행계획으로 ‘공공토지비축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부처간 의견을 협의·조정하며 중요사항에 대한 심의를 할 ‘공공토지비축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

 

토지은행의 설치·운영은 한국토지공사에서 하기로 했는데, 이는 토지공사가 현행법상 토지비축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과 토지비축재원을 토지공사의 개발이익과 토지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활용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지은행 회계는 정부의 통제·감독이 가능하도록 토지공사회계와 분리된 별도의 독립계정으로 운영된다.

국토부는 “토지은행이 도입되면 SOC 및 산업단지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시장상황에 따른 토지수급 조절을 통해 토지시장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업계에서는 토지은행을 통해 국가가 토지수급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자칫하면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개발사업의 지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토지 공급을 이유로 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입법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토지은행 제도의 주요 골자는 이미 지난 2일 ‘공공 토지 적기 및 저가 공급을 위한 토지은행 추진방안’이란 내용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토지은행이 공공개발용지, 토지시장안정용지, 국공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으나, 협의과정에서 국공유지는 기획재정부 국고국에서 관리하기로 함에 따라 제외됐다. 또한 공공개발용지(SOC용지, 산업용지, 택지 등)를 협의 매수, 선매, 수용, 매수청구의 방식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처럼 용도가 확정된 공공개발용지의 경우에는 토지은행에도 수용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재 수용방식은 사업인정을 받은 경우에 한해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사업시행자에게 인정되고 있으나, 토지공법학계의 자문결과를 토대로 토지은행에게도 수용권을 인정하고, 개발예정지로 지정됐으나 사업인정이 되지 않은 토지의 소유자에 대해서는 매수청구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편 농지 매입안에 대해서는 농림부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민이나 농업법인만 농지를 살 수 있도록 돼 있어 토지은행에게 그 자격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농지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유수면 매립지의 경우 사업시행자에게 할당되는 사업비 상당의 토지 외에는 토지은행이 우선 매수케 하거나, 토지 비축 및 토지매도자에 대한 세제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 후 부처협의 등을 통해 결정키로 했다.

국토부가 밝힌 향후 일정을 보면 내년 7월 쯤 ‘토지은행 출범’이란 계획 아래, 연내 법률제정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에 하위 법령을 마련해 내년 6월말에는 공공토지비축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