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들어 살고 있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면? 알고 보니 미등기 주택이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면?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따로 없을 것이다. 미등기 주택이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받을 수 있다. 2007년 6월 21일, 대법원은 미등기 주택의 임차인이 대지의 환가대금(부동산 등을 현금으로 바꾼 금액)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갖는지 여부를 놓고 대항요건 등을 갖춘 소액임차인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2004다26133).

 

이 사건 미등기 다세대주택의 임차인인 원고 A 등은 피고가 이 사건 대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 받기 전에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췄다. 피고의 근저당권에 기해 이 사건 대지에 관한 경매절차가 개시됐는데, 원고들이 피고의 채권에 우선해 그 대지의 환가대금에서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됐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비록 미등기 주택일지라도 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따라 제3조 제1항의 대항요건과 임대차 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면 보증금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고 판시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및 제8조는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과 소액임차인에게 대지의 환가대금에 대해서도 우선변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미등기 주택을 달리 취급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규정에 없다면 합리적 이유나 근거 없이 문언보다 적용대상이나 범위를 축소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선변제권에 관한 위 법리는 임차주택이 미등기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에 관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은 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대항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소액보증금을 배당받을 목적으로 배당절차에 임박해 임차인을 급조하는 등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미등기 주택이기는 하나 미등기 주택을 달리 취급하는 규정이 없고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본래 취지에 맞는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