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용인시 김량장동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날 고시원에는 약40여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사실이 희생자 7명중 5명의 나이가 고시나 시험을 준비할 나이가 아닌 38세 이상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가장 어린 사람도 27살로 대학생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고시원은 더 이상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주거가 목적인 일명 ‘고시텔’이나 ‘리빙텔’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곳 고시원에서 잠을 자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은 주로 일용직 노동자나 재중동포 등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모두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잠만 자는 이곳을 택한 사람들이다.

이런 화재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거론되는 것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률의 미비나 공무원들의 단속 미비를 지적한다. 어떤 언론은 공무원의 말을 인용해 고시원을 숙박시설로 등록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계당국이 이 화재의 교훈을 통해 내놓은 대안은 잠을 자는 곳이므로 고시원 허가를 할 때 숙박시설이나 기숙사로 허가를 내주도록 방침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참 기막힌 정답이다. 잠을 자는 곳이니 숙박시설이 맞고, 여러 명이 기거하는 곳이니 기숙사가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이 돈만 있었더라면 고시원에 들어오지 않고 숙박시설을 이용했을 것이고, 좋은 직장의 정식 직원이었더라면 기숙사에서 생활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나마 안정된 직업의 소유자들이나 약1~2천만원정도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반지하방이라도 구해서 나간다. 이들이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유는 단지 숙박시설이나 반지하방 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 뿐이다.

한편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더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공동의 세면실과 취사장,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명 ‘쪽방’에서 생활을 한다. 그보다 못한 사람은 지하철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지만...
2005년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2005년도 이후 조사된 사항이 없다) 판잣집, 비닐집, 움막, 동굴 등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주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11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하거나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도 이 수치가 의미가 있는 것은 못살았던 15년전인 1990년도에 비해 49%가 증가된 수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지금은 결국 이 수치가 더욱 커졌을 거란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겠다.

그에 비해 2005년도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전국 땅의 57%를 1%인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양극화란 단어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주거복지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정부에게 집을 마련해달라고 한다면 이것은 염치없고 무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난한 저소득층이나 빈민층의 입장에서 보면 내 이름으로 집을 장만해서, 두발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평생 거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희망은 로또 한방이다. 그러나 이들은 로또를 살 돈 조차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오늘날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대안을 만들고, 정책을 입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입안된 정책도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가도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가능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상위 1%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줄여 주듯이, 가난해서 숙박시설이나 기숙사에 못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다고 고시원의 허가를 제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진정 위한다면 고시원에 들어가는 비용정도로 최소한 방1개와 부엌, 화장실을 갖춘 법적으로 1인당 최소주거면적인 12㎡(약4py)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주택 유형을 개발하고 이들 주택을 운영 지원하는 주거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가난한 사람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