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에 의해 주택 등이 수용당하는 경우 대부분「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의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정의하는 ‘정당한 보상’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토지보상법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어 각종 수용지구에서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대개 ‘보상을 많이 받으려는 자’와 ‘보상을 적게 주려는 자’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민원은 격렬해 지게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주체인 사업시행자는 토지보상법과 내규 등을 핑계로 민원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한다.

수용당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속 터지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살던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법대로’ 받은 보상금을 가지고는 주위의 전세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더욱 가슴 아프다.

그렇다면 토지보상법의 보상규정 이상은 받을 수 없는 것일까. 또한 사업시행자는 토지보상법의 보상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필자는 도시개발신문에 이번 호부터 연재한다.

 

적은 보상가로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싣는다.

구도심개발 또는 신도시개발 등이 필연적이라면 수용과 보상 또한 피할 수 없다.

수용과 보상의 역사는 길지만 보상에 대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시기를 들자면 2006년이다. 당시 탕정지방산업단지, 행정복합도시의 보상이 실시되면서 앞서 사업시행자가 강조했던 ‘법대로 보상’이 깨지고 새로운 보상방법들이 선을 보였다. 한마디로 수용당하는 주민입장에서의 모범답안이 이 시기에 마련된 것이다.

이 시기 새롭게 선보인 보상방법은 ▲주민의견 청취 ▲가이주 단지 마련 ▲실질적 생계대책 마련 등이다.

행정복합도시의 경우 3800여 가지의 주민의견이 나왔고 이를 분류해 협상을 실시, 사업시행자와 이견을 좁혀 나갔다. 사업시행자의 일방적 행정처리로 진행됐던 이전과는 판이하다. 또한 탕정지방산업단지에서는 38평형의 아파트가 가이주 단지로 주민들에게 공급됐으며 행정복합도시에서는 아파트 용지까지 공급되기도 했다.

특히 필자가 수십 곳의 이주단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이주단지에서 주차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형 이주단지를 만들어 줄 것을 해당 지자체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 결과 행정복합도시에서 블록형 이주단지가 최초로 공급되는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탕정지방산업단지에서는 공사장 식당 운영권을 주민들이 확보해 실질적인 생계대책의 전기를 마련했다.

필자가 탕정지방산업단지 주민대책위 자문을 맡아 보상협상을 총 지휘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사항이 바로 주민 생계대책이다. 식당 운영권, 석유공급, 인력공급 등의 사업권을 주민에게 주는 것이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주민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으므로 시행자는 찬성했다. 이 결과 주민들은 100억여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2006년을 전후로 보상방법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일부 지역의 공익사업 지구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새로운 보상방법의 적용을 꺼리고 있어 주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