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실물경기의 위축 및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2009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1.42% 하락했다. 앞으로 이 같은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기는 하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쉽게 상승추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겉으로는 예산조기집행을 통해 경기부양을 외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에게 손해가 없는 일만 골라서  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부나 공공기관은 지금 동탄2신도시, 평택국제화지구, 아산신도시 등 수조원씩 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에 대해서 보상금을 지급치 않고 있다.

 

특히 그중 한곳은 이미 보상평가까지 완료했는데도 토지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겉으로는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경색을 들고 있으나, 속내를 살펴보면 혹시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인한 보상금 절감을 위한 꽁수가 아닌가 라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다.

토지보상법 제70조제1항에 의하면, “협의 또는 재결에 의해 취득하는 토지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 보상하되, 그 공시기준일부터 가격시점까지의 관계 법령에 의한 당해 토지의 이용계획, 당해 공익사업으로 인한 지가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지역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가변동률, 생산자물가상승률(「한국은행법」 제86조의 규정에 의해 한국은행이 조사ㆍ발표하는 생산자물가지수에 의해 산정된 비율을 말한다) 그 밖에 당해 토지의 위치ㆍ형상ㆍ환경ㆍ이용상황 등을 참작해 평가한 적정가격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70조제4항에 의하면, 사업인정후의 취득(사업인정전 취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에 있어서 위 공시지가는 사업인정고시일전의 시점을 공시기준일로 하는 공시지가로서, 당해 토지에 관한 협의의 성립 또는 재결 당시 공시된 공시지가중 당해 사업인정고시일에 가장 가까운 시점에 공시된 공시지가로 하고, 동법 제67조에 의하면, 보상액의 산정은 협의에 의한 경우에는 협의성립 당시의 가격을, 재결에 의한 경우에는 수용 또는 사용의 재결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위 법 조문을 풀어서 살펴보면 동탄2신도시의 경우 2008년 2월에 사업인정이 됐으므로 2008년 1월 1일자 표준지공시지가를 가지고 평가를 실시하되 가격시점(협의성립시 또는 재결시, 결국 현재 보상이 실시되지 않았으므로 아직 도래하지 않고 있다)까지의 기간동안 지가변동률을 참작해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므로, 결국 위 법조문의 문맥에만 치우치면 지가가 하락하면 보상금도 줄게 된다.

 

그러므로 사업시행자들은 지연보상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렇게 보상을 한 이유는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므로 보상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경우에는 보상액의 산정을 위한 기준시점은 ‘행위제한 공고시’로 하거나 최소한 ‘일반인에게 공고 공람한 날’로 해야 할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규정한 ‘정당한 보상’이란 원칙적으로 피수용재산의 객관적인 재산가치를 완전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완전보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1990. 6. 25. 선고 89헌마107). 따라서 당장에 제도변경이 없다하더라도 위 법제70조제1항 후단은 가격시점이 재결시점으로 늦어짐에 따라 보상대상자에게 완전보상을 해주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이므로 보상대상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그 적용이 중지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1차로 행위제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보상대상자들에게 2차로 보상금을 적게 받는 피해를 막아 정당보상의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보상이 지연돼도 부동산가격하락 추세로 인한 분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므로 예산 선집행이라는 정부정책에 부합하게 즉시 보상에 착수하도록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