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실물경기 위축으로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기업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겼다. 최근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공 아산신도시사업본부가 신도시 지역에 포함된 기업들에 대해 3.3㎡당 20만 원대로 수십 억 원에서 100억 원이 넘는 ‘존치부담금’ 부과 예정통지를 해 온 것이다.

 

그러자 일부 기업들은 “경제난으로 근근히 공장을 가동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존치부담금 부과는 공장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다”면서 신도시 지역에서의 제척(제척이 되면 존치부담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을 요구하고 나섰고, 만일 제척을 하지 않는다면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존치부담금’이란 수용지역내에 있는 공장 등을 그대로 두는 대신에 사업시행자가 일방적으로 책정한 돈을 내야 하는 제도다. 사업시행자의 논리는 비록 공장을 그대로 두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을 설치하면 땅값 등이 상승하므로 그 설치비용의 일부를 존치시설의 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원래 이러한 존치부담금은 법률적인 근거는 전혀 없고, 단지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과 사업시행자의 내규로 부과해 오다가 2007년 4월 20일 택지개발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법률적 근거를 갖춘 것이다.

 

즉, 택지개발촉진법 제12조의2(건축물의 존치 등)는 ‘시행자는 예정지구 안에 있는 기존의 건축물, 그 밖의 시설을 이전 또는 철거하지 아니해도 택지개발사업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이를 존치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존치하게 된 시설물의 소유자에게 도로·공원·상하수도,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시설의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존치부담금 부과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9조의3은 ‘건축물 및 영업장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았어야 하고, 해당 사업지구의 토지이용계획상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해당 건축물 등을 존치하는 것이 공익상 또는 경제적으로 현저히 유익해야 하고, 해당 건축물 등이 해당 택지개발사업의 준공 이후까지 장기간 활용될 것으로 예상돼야만 존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존치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즉, 얼핏 보면 존치부담금 제도는 공익상 또는 경제적으로 현저히 유익한 제도로서 이에 대해서 토를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존치부담금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사업시행자 논리를 그대로 관철하면 예를 들어 광명역을 만들어 주변 땅값이 올랐으니 주변 건축물 소유자에게도 존치부담금을 내라고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경우는 부과가 어렵다. 즉,  아예 사업시행구역에서 제척된 경우는 부과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단지 사업시행구역에 포함되면 거액의 존치부담금을 물어야 하고 제척되면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모순점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택지개발지구에서 경계가 이상한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즉, 어느 경우는 ‘∪’모양처럼 푹 들어가 이상한 모습으로 제척되고, 나아가 사업구역 가운데 있지만 제척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느 경우는 이상한 모습으로 사업구역에 포함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즉, 사업시행구역을 정하면서 대형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상존하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가 경기도내에서 택지개발을 하면서 일부 토지를 매입대상에서 누락시켜 기존 토지소유자들에게 9천억원의 특혜를 안겨준 것으로 드러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경기신문 2004년 10월 17일)는 언론보도를 보면 쉽게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업활동 규제완화라는 정부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공장의 정상 가동도 버거운 상황에서 수십억 원의 존치부담금을 부과한다니 기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는 업체 관계자의 절규가 생생하다. 나아가 법규도 문제가 많다. 즉, 납부시기, 감면대상 등 매우 중요한 내용이 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위임돼 있는데, 이는 위임입법의 위법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아산신도시 2단계는 현재 돈이 없다면서 사업이 매우 지지부진한데, 돈부터 걷으려는 모양이 매우 답답하다.

사업시행자는 마치 기업활동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존치를 시켜 주는 것이므로 당연히 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현실과는 너무도 괴리가 큰 주장이다. 속내는 존치를 하지 않고 수용을 하면 본전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존치를 시켜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즉 사업시행자는 토지가 필요한데 그 토지 지상에 있는 공장을 수용하려면 토지보상금보다도 더 많은 공장에 대한 보상금이 지출되므로 존치를 시켜 주는 것이다.

최소한 사업시행자가 필요해 존치를 해 주는 공장의 경우에는 존치부담금이 부과돼서는 안된다고 사료한다. 당장 사업시행구역에서 제척시켜 주어 기업활동에만 전념하도록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