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잠실의 A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2006년 6월경 조합장이 사퇴하자 같은 해 7월 1일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후임조합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 갑(甲)이 다수득표를 하여 후임조합장으로 선출됐으나 반대파에서 선출결의의 의결정족수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2006년 7월 12일 갑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조합장취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2006년 9월 18일자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신청자들은 가처분결정에 대하여 항고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재항고 또한 2007년 9월 6일자로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가처분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가 2006년 9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 접수돼 소송 이 진행되던 중 갑 조합장은 2006년 12월 13일 이 사건의 변호사 선임비로 조합 공금 3,300만원을 사용했다.

이후 조합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006년 12월 22일 아파트 발코니 확장에 대한 설명과 설문지를 받아내는 홍보요원활동 용역비로 2126만5200원을 지급했다.

또 2007년 1월 15일에는 학교부지 활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위하여 홍보요원활동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로 2200만원을 지급했다.

검찰에서는 당시의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4호, 제5호를 적용해 변호사 선임비 사용부분과 용역비 사용부분 모두에 대해 재판에 회부(공소제기)했으며, 변호사 선임비에 대해서는 갑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횡령죄를 추가했다.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4호, 제5호의 내용을 종합하면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정비사업비를 사용하거나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등의 사업을 임의 추진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우선 용역비 사용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변호사 선임비에 대해서는 업무상횡령죄 및 도시정비법위반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업무상 횡령죄와 관련해 갑의 변호사 선임행위가 개인적 업무인지 조합의 업무수행으로 봐야 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와 관련, 법원에서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174 판결)를 인용한다. 대법원 판례의 요지는 “법인의 이사를 상대로 한 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있는 경우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됨으로써 사실상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됨이 명백하다.

 

법인으로서는 그 이사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해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가처분에 대항해 항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경비에서 이사의 소송비용을 지급해도 이는 법인의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해당하므로 법인의 경비를 횡령했다고 볼 수 없다. 대표이사 해임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에도 동일한 논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조합장취임금지가처분사건의 쟁점은 2006년 7월 1일 치러진 조합장 보궐선거의 2차 투표 당시 출석조합원 수(의결정족수)를 산정함에 있어 서면결의서를 송부한 일부 조합원 및 총회장에서 이탈하거나, 1차 투표 후 2차 투표에 불참한 조합원을 포함시킬지 여부다.

법원의 논지는 “2차 투표 당시 갑이 다수득표를 한 사실 자체를 다투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갑의 조합장 자격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변호사 선임비의 지급은 조합의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변호사 선임계약이라는 사업」을 총회의 결의 없이 임의로 추진했다는 부분이다.

법원은 “변호사 선임비가 2005. 1. 29.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의결되고 관할 구청의 인가를 받은 관리처분계획의 자료운용계획 중 변호사 비용 항목(약 15억원이 계상되어 있음)에서 지출되었다. 이와 같이 총액으로 변호사 비용을 계상하여 둔 것은 수시로 발생하는 법률문제에 대해 사안의 성격상 조합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갑의 변호사 선임비 지출은 총회의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어 적법하다는 취지다.

법원은 유죄가 인정된 용역비 부분에 대해서는 갑에게 벌금 500만원을 정했으나,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해 갑의 조합장 신분을 유지시켰다. 용역비에 대해서 사후에 정기총회에서 추인 받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선임비 지출이 항상 적법하다는 취지가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회의 의결을 거친 관리처분계획상 미리 계상되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비용 지출이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유무죄는 결국 조합장이 조합 소유의 금원을 진심으로 조합을 위해 사용했는지 아닌지에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