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시 도시재생사업이 큰 벽에 부딪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선도사업인 가정오거리는 협의 보상율이 85%를 넘어섰지만 나머지 주민들이 협의에 응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고, 도화지구는 2년째 보상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물포·동인천 역세권과 가좌IC 등은 공청회 무산으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가정오거리·도화지구와 달리 재정비특별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물포·동인천 역세권, 가좌 IC 등은 현행법상 촉진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지만 지난 8월 12일(제물포), 9월 19일(가좌IC), 10월 13일(동인천) 열 예정이었던 공청회가 주민반대로 차례로 무산되면서 사업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청회 무산으로 궁지에 몰린 시는 공청회 개최를 저지한 주민들을 ‘일부 질이 안 좋은 사람’으로 폄훼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업차질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시의 이같은 ‘일부주민 책임론’은 일견 옳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불성설이다.

시의 이들 지구 촉진계획안 공람공고 자료를 보면 도시재생사업이 ‘인천시민 물갈이’사업에 다름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분양아파트의 대부분을 84㎡ 이상의 중대형으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훨씬 높다는 주상복합으로 계획돼 있어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구도심의 보상으로는 재정착이 어렵다. 자본의 여력이 있어야 하는 만큼 투기세력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다. 사업성 위주로 계획하다 보니 종교시설 부지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고 전통과 문화의 보고들도 깡그리 철거할 방침이다. 주민들 입장에선 자신의 재산을 수용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재정착도 어렵고, 게다가 삶과 함께한 마을이 없어지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도화지구의 상황을 보면 더욱 애처롭다.

시는 2년 전 도화지구에 대해 보상계획 공고를 냈다. 일부 주민들은 ‘곧 보상을 한다’는 시의 발표만 믿고 이사갈 집 또는 가게를 마련하느라 빚을 내 계약금을 마련했지만 보상금이 나오지 않아 계약금을 날렸다. 심지어 한 중고자동차 매매단지 상인 7명은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의 “타지로 사업처를 빨리 옮겨라”는 말을 듣고 부천시 상동의 매매단지 분양을 받았다가 현재까지 개인당 최고 2억원의 손해를 입고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도화지구의 피해를 지켜본 제물포·동인천·가좌IC 주민들의 반대는 당연하고 타당해 보인다.

도화지구 주민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도개공은 오로지 ‘남 탓’이다. 최근 도개공 김동기 사장은 인천시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도화지구의 보상이 늦어지는 이유로 “인천대가 재산권을 반환하지 않아 빚어졌다”며 “도화지구 주민들은 인천시가 아니라 인천대에 가서 시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도화지구 보상지연이 PF 실패가 원인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마당에 김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책임회피성이라는 지적이다. 도시재생사업과 관련 시는 ‘일부 주민’에게, 도개공은 ‘인천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시와 도개공의 행태는 과연 옳은가. 우리나라는 법치행정국가이다. 법치행정은 행정의 자의적 집행을 방지하고 행정의 예측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시와 도개공은 행정의 예측성에 있어서 주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한 셈이 됐다. 보호해야할 권리를 침해했으니 잘못을 인정함이 첫째요, 향후 대책을 마련해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최선임을 시와 도개공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강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