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기부채납까지 강요말아야…

제정 당시  「학교용지확보에관한법률」은 ‘구 주택건설촉진법·택지개발촉진법 및 「산업입지및개발에관한법률」에 의해 시행하는 사업 중 300세대 규모이상의 주택건설용 토지를 조성·개발하는 사업에서 택지 또는 공동주택을 분양받는 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었지만 법이 제정된 후에도 하위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로 부담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2000. 1월 법이 개정돼 부담금의 요율이 법률로 정해진 후(공동주택의 경우 분양가액의 0.8%, 단독주택 택지가격의 1.5%), 비로소 경기도가 2001. 3월 최초로 조례를 제정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그 후 각 시·도에서 조례를 제정해 시행했다.

 

 

공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기초 시설에 해당하는 학교용지확보를 위한 재원의 필요성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재원을 특정인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이 과연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의 취지 및 그 무상성의 원칙,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위헌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2003. 9월 인천지방법원은 결국 공동주택수분양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위 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했고, 헌법재판소는 2005.3.31 공동주택의 수분양자들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은 의무교육의 무상성을 선언한 헌법 제31조제3항에 반하고 나아가 평등원칙에도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위헌 이유는 첫째,　의무교육에 필요한 학교시설의 확보는 국가의 일반적 과제이고 학교용지는 의무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물적 기반으로서 필수조건이므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은 국가의 일반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데도 의무교육에 관한 한 일반재정이 아닌 부담금과 같은 별도의 재정수단을 동원해 특정한 집단으로부터 그 비용을 추가로 징수해 충당하는 것은 의무교육의 무상성에 위반된다는 점과 둘째, 학교용지부담금은 일반적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재정확보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발사업에 의한 수분양자들에게는 부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분양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수분양자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이 있기 직전 2005. 3월초 정부는 법률 개정작업에 착수해 현행 제도와 같이 법을 개정한다. 현행법은 종전 법과 달리 부담금의 납부의무자를 단독주택 택지나 공동주택(아파트)의 수분양자들이 아니라, 개발사업의 시행자들로 변경했다.  나아가 부과대상이 되는 개발사업의 범위를 300세대 이상의 개발사업에서 100세대 이상의 개발사업으로 확대하고 그 요율도 종전 법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액했다.<표 참조>

 

 

그러나 개정된 현행법에 대해도 여전히 위헌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현행법 역시 의무교육에 관한 한 여전히 일반재정이 아닌 부담금과 같은 별도의 재정 수단으로 충당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 1월 대전지방법원은 비록 현행법이 부과대상 사업을 100세대 이상의 주택개발 사업으로 기준을 완화했지만, 99세대 이하이면서 넓은 평형의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사업과 100세대의 좁은 평형의 공동주택을 비교하는 경우 불합리하게 부담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현행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했고, 부산지법도 현행법도 종전 법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을 했다. 비록 현행법이 사업시행자를 납부의무자로 정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분양가를 올리는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수분양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학교용지부담금법에 대한 위헌시비가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학교시설을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기반시설에 포함시켜, 용지확보는 물론이고 아예 학교시설의 설치비용까지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시급하게 사업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사업자에게 학교용지는 물론이고 학교시설까지 무상으로 설치해 기부할 것을 확약하는 확약서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관련 절차에 응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행위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다(도시개발신문 2007. 11. 6.자 제1면, 제7면).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해 한가지 더 살펴볼 것은 지난 2007. 11월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학교용지부담금환급등에관한특별법」이다. 지난 2005. 3월 종전 「학교용지확보에관한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이후, 그 전에 이미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한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이미 납부한 학교용지부담금의 환급을 촉구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위헌결정을 위한 당해 사건, 동종의 위헌제청을 했거나 또는 당해 위헌법률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만 그 효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미 부담금을 납부한 33만여명의 국민들은 490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돌려받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특별법이 제정되는 경우, 이미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한 사람들에게도 구제의 길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위헌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2항 본문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해 특별법의 효력 발생을 방지한다고 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나 국회의 입법활동의 합헌성을 믿고 적극적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한 국민들만 그 손해를 입어야 한다는 또다른 모순된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서 지적했듯이 재원마련의 편의성이나 부과징수의 용이함만을 고려해 공공사업을 위한 재원마련의 수단으로 부담금제도를 남용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