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역사 문화경관의 보호와 성곽도시 한양 복원

2000년 이전부터 도심은 대통령 경호상의 이유와 문화재 보호 등으로 고층 건축물을 제한했다. 1996년 수립된 서울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에 경복궁 등 5대궁 주변의 역사 문화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75m이하로 높이를 제한했으며, 건축물의 개발허가 과정 중에 문화재 심의와 대공협의 등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태평로에서 을지로 2가까지는 도로와 주차장 등 공공시설을 빠른 기간에 확보하고 양호한 업무공간을 공급하고자 도심핵 지역으로 정해 건축물의 높이를 160m까지 허용하는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달리하는 높이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수립된 도심부관리기본계획의 규제의 취지를 살리자면 4대문 안은 최종적인 목적이 조선시대 수도 성곽도시 한양을 복원 조성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라. 과도한 돌출방지 및 점진적인 변화

또 다른 높이제한의 이유로 고층으로 인해 도시 경관을 해치는 과도한 돌출을 방지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심지역에 롯데호텔, 동대문 두산타워 등 150m가 넘는 건축물이 기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을 일거에 건축물의 높이 90m 이하로 규제하는 것은 과히 초법적인 규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 가로 활력을 살리기 위해 고층건축물 제한의 허구성

도심 높이제한의 마지막 이유는 가로활력을 살린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가 곤란하지만 저층의 상가시설이 즐비한 인사동과 명동은 보행인이 많고 도심재개발이 완료돼 전면 공지가 많은 고층 건축물 앞에는 보행인이 없어 가로의 활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보행량 조사시간이 토요일 오후로 설정돼 의도적인 조사를 통해 건축물의 높이와 가로활력의 상관관계를 무리하게 연계한 것을 알 수 있다. 도심은 지하철과 버스 등 다중이 접근하기 쉬운 도시기반시설이 집중된 곳으로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통행 수요가 존재하는 곳이다. 주중 출·퇴근과 업무통행의 수요가 많고 업무기능이 집중된 고층 지역을 쇼핑과 관광객이 몰려있는 명동과 인사동의 토요일 오후에 비교해 가로 활력의 유무를 논하는 것은 논거에 오류가 있다. 가로활력은 전체적인 시간의 보행통행량과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전체적인 보행통행량을 조사해야 하며 보행인이 많은 상업가로와 업무시설지역은 성격이 다르므로 단순히 보행량의 규모로 도시정책의 성공 유무를 논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보행량 조사는 교통수요 조사방법인 OD(Origin-Destination)을 적용해 수요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며, 가로의 활력은 도심의 각 지역의 상가 가격(임대료와 공실률 등)을 조사해 우회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인 비약과 의도된 자료를 바탕으로 급조된 도심부 관리계획의 높이규제, 건물폭원 규제 그리고 용도용적제 등은 서울 도심의 경제적인 활력을 떨어뜨리고 196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40% 이상 차지하는 열악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했다. 청계천복원사업과 더불어 도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합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2004년)」에서는 이러한 규제로 인한 도심의 문제를 지적하며, 높이를 일부 완화하고 도심공동화 방지를 위해 용도용적제를 폐지해 도심에 주거복합 건축물을 건축할 때에는 반대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했다. 따라서 현재 고수하고 있는 일률적인 높이규제는 도심을 낙후시키고 도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