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들 아파트 특별분양권제도 폐지에 ‘분노’

특별분양권 이달 18일 ‘전면폐지’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 부여

무효 주장 집회·민원등 집단반발…단체 삭발에 이어 자살까지

도시계획사업 철거민에게 지급했던 특별분양권이 40년만에 사라졌다. 서울시는 지난 2007.12.20 ‘서울특별시철거민등에대한국민주택특별공급규칙’(이하 철거민주택특별공급규칙)을 개정한데 이어 최근 또다시 특별분양권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철거민주택특별공급규칙을 개정, 이달 18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그간 서울시는 도로나 공원․택지 등을 조성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이나 시민아파트 정리사업 보상의 일환으로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에게 특별분양권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특별분양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는 철거민들에게 특별분양권 대신 이주정착금과 임대주택 입주권이 주어지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 이외에는 신규택지개발이 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특별분양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특별분양권의 본목적인 철거민의 주거안정 및 주민 재정착이 13%에 불과해 정책효과가 거의 없어 폐지하게 된 것”이라고 개정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철거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거민 철거민주택특별공급제 폐지에 따라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게 되는 철거민들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각종 언론매체와 집회를 열고 각 구청과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철거민특별공급제 사수를 위해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은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철거민들은 그간 ‘철거민주택특별공급제 폐지하는 개정안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광명6동 철거민들은 지난달 철거민 특별분양권 폐지 반대 집회를 갖고 25명이 집단삭발식을 벌이는 등 총력을 펼쳤다.

철거민연합회 한 관계자는 “기존의 서울특별시철거민규칙은 시민에게 도시계획철거민에 대해 침해규정이 없어 위법·위헌의 여지가 없었으나, 개정 규칙의 경우 국민의 재산권 및 생존권의 침해에 관한 규정을 두었는 바, 이는 당연 무효”라며 “국민에게 금전적부담, 재산권, 권리, 의무 등에 관한 사항은 법규(법률 및 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는 바, 도대체 금번과 같은 중대한 침해를 규칙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서울시 공무원의 수준을 의심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철거민이 무슨 죄인이냐”며 “지난 2000.3.30 봉천3동 철거민 이모씨를 비롯해 다수의 철거민들이 비관자살 한데 이어 개정안 시행을 앞둔 16일에도 서대문 철거민 최모씨가 집에서 목을 메고 세상을 등졌지만 서울시와 정부는 눈도 꿈쩍 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철거민연합회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약 5000여가구 이상 2만여명 이상 피해 추정된다.

관계자는 “거주 중심 주거대책 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보유 주택을 헐값의 보상금으로 수용하고 장기전세 주택에 입주를 강요하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강탈하는 것임은 물론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거민 송모씨는 “철거민주택특별공급규칙을 제정할 때는 철거민을 위함에 앞서, 도시환경개선을 위한 시 행정편의를 위함이 아니었냐”며 “최근 정부와 국회는 철거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주대책에 대한 원가공급을 입법하고 2008.4.18로 그 시행을 앞두고 있고 바로 그 시행일에 맞추어 특별 분양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토지보상법에 의거한 원가 공급을 회피하기 위해 급조한 규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국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고, 그 폐지사유 또한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막대한 분양차익을 누리면서도 철거민 이주대책이 시민의 부담을 늘린다는 옹졸한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철거민 김 모씨 는 “개정안 규칙에 임대주택공급에 대해 지나치게 두루뭉실 규정돼 있어서, 향후 적용시 혼란의 여지가 많고 시에서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해 시민의 재산권을 마음대로 침해할 여지가 매우 크다”며 “현실적으로 도시계획에 편입되는 100㎡형 특별 분양권의 경우 약 1억원 이상이 그 프리미엄으로 간주돼 주택의 가격에 더해 호가 또는 거래되고 있는데 반해 개정안 시행시 재산가치도 전혀 없고 거래도 안 되는 임대아파트와 기껏해야 1000만원의 이주정착금을 준다면 가구당 무려 9000만원 이상의 현실적인 재산손실이 발생하지만 이런 실상을 투기꾼의 농간에 의한 것이라고만 치부하는 시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집을 소유할 권리가 있고 대다수 서민들은 그것이 꿈이다”라며 “조그마한 집하나 갖고 있는 것 강제로 헐값으로 빼앗으면서, 평생 임대아파트에서 살라는 것은 대체 어느나라 법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는 18일 이전까진 철거주택 외 무주택가구 소유자에 대해 보상면적 40㎡이상 협의보상자에게 85㎡이하의 국민주택 특별분양권을, 보상면적 40㎡이하 보상협의 불응자에게 60㎡이하의 국민주택 특별분양권을, 세입자에게는 40㎡이하의 임대주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18일 이후에는 철거주택 이외에 다른 주택이 없는 철거민을 대상으로 보상면적 40㎡이상 협의보상자에게 85㎡이하의 임대주택을, 보상면적 40㎡이하 보상협의자에게 60㎡이하의 임대주택을, 세입자에게는 슬럼화 방지를 위해 50㎡이하의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이주 정착금도 지급하는데 철거주택 규모에 따라 500만∼1000만원이다.

따라서 서울시나 SH공사가 4.17일까지 협의 보상 완료한 회현시민아파트 철거민 353가구, 연희시범아파트 철거민 328가구, 25개 자치구 철거민 1658가구 등의 도시계획사업 철거민은 특별공급제도 폐지와 관계없이 현행 제도대로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