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1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공기업의 정비사업 참여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국토부에 권고했다.
이번 권고안은 공기업의 시행자 지정요건과 주민대표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기업 시행자 지정요건 강화
현행법에 따르면 정비구역에서 민영개발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먼저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를 구성하고, 추진위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할 때는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반면 공영개발방식으로 공기업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당해 정비구역안의 토지면적 1/2 이상의 토지소유자와 토지등소유자 2/3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요청이 있으면 가능하다.

민영개발방식으로 시행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높은 주민의 동의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위와 주민대표회의는 설립목적과 활동시기가 명확히 구분돼 두 기구가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법은 승인된 추진위가 있는데도 또 다른 추진위를 구성·운영하거나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돼 있는데도 임의로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해 정비사업을 하는 자에 대한 벌칙만 규정하고 있다.

결국 추진위와 주민대표회의가 양립할 경우 이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이미 주민들이 추진위를 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공기업이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주민 동의서를 경쟁적으로 받는 과정에서 주민간 갈등이 생기고, 민간사업자와 마찰을 빚는 등 곳곳에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성남과 안양 등에서 이런 문제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본지 11호 12면 참조>

권익위는 공기업과 민간사업자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조합설립 요건과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을 사업시행자로 지정 요청하기 위해서는 ‘토지면적 2/3 이상의 토지소유자와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주민대표회의 권한 강화
현행법은 주택공사등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고 승인절차 없이 시장·군수에게 통보하면 된다.

특히 주민대표회의는 사업시행자가 시행규정을 정함에 있어 결정권한은 없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권익위는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과 같이 의무적으로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고, 추진위와 같이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도록 권고했다.

또한 시행규정을 정할 때도 주민의 요청에 의해 공기업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경우에는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단서를 신설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번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공기업이 사업시행자가 되고자 할 경우 민간사업자와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해 공정한 경쟁이 유도될 것”이라며 “ 공기업이 단독 시행자로 지정된 경우 주민대표회의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해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견이 사업시행과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