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성당을 설계한 사람으로 스페인이 자랑하는 건축가이다. 가우디는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의 정형적인 건축 양식을 탈피해 대담한 구조에 의한 공간 창조와 분방한 의장 장식을 지닌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인 건축 방식을 선택했다. 파밀리아 성당 외에도 구엘공원 (Parc Guell), 까사 밀라(Casa Mila) 등의 건축물 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난 해 스페인 출장 중에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가우디의 작품 몇 가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중에서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았던 것이 까사 밀라이다. 까사 밀라는 가우디가 1905년에서 1910년에 건축한 우리의 공동주택과 같은 건축물이다. 까사 밀라는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집이라기 보다는 ‘참 살기 좋은 집’이라는 생각을 주었다. 견고함이 느껴지는 벽과 바닥 자재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벽의 두께, 창조적인 발코니, 쇠를 다루는 기술 등이 인상적이었다.

건설산업을 연구하는 직업 때문일까? 까사 밀라에 대해 가장 궁금한 점은 현재의 가격보다는 건축 당시의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택 부문의 분양가 상한제와 공공건설에서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가가 가우디가 까사 밀라를 건축했던 당시에 스페인에도 규제로 존재하고 있었다면 이런 건축물이 탄생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시장의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분양가상한제가 가지는 정책적 목적 또한 큰 의의가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시장 속에서 주택의 품질과 이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좀 더 큰 정책적 목적보다는 단순한 가격의 규제를 통한 주택가격 상승 억제 정책으로 사용되어 주택 가격의 상승에 일시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나아가 주택공급의 부족으로 향후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 국가 예산의 절약을 위해 도입?시행되고 있고, 확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 또한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런던 시청 공무원이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이 싸구려 옷보다는 좋은 옷을 선호하는 것과 같다’라는 대답을 하며 현명한 발주자라면 최저가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 속에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평가는 내려졌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주장도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건설 산업은 향후 그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을 기초로 향후 건설산업은 IT, 역사, 경제, 문화, 관광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전제(大前提)가 있다. 그것은 시장의 자율성 확보이다. 주택 사업은 수요자를 중심으로 시장의 자율성이, 공공건설은 발주자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이다. 물론 서민 주택 공급과 공공건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은 정부의 몫이다. 가우디라는 건축가가 이름을 떨치게 된 이유도 당시의 주택 시장이 수요자에 의해 움직였다는 반증이며, 가우디의 건축물도 시장 경제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