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규모(85㎡)이하의 주택을 이주대책용으로 공급할 때 사업주체에 따라 그 공급량이 현저히 차이가 나도록 돼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 일부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최근 SPC 등 민간사업자가 주택을 건설·분양하는 경우에도 공공사업시행자가 원주민 이주대책용으로 주택을 알선하는 경우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 규칙은 공공기관이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이주대책용으로 제한 없이 주택공급이 가능하지만, SPC 등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지어질 국민주택규모 주택 총수의 10%만 이주대책용으로 우선 공급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가 밝힌 개정안을 보면 현행 규칙 제3조제2항제11호가 ‘공공사업의 시행자자 공공사업의 시행에 따른 이주대책용으로 직접 건설하거나 다른 사업주체에게 위탁해 건설하는 주택 또는 이주대책용으로 택지를 제공받은 자가 당해 택지에 건설하는 주택’으로 규정됐지만 여기에 ‘다른 사업주체가 건설한 85㎡ 이하의 주택을 알선한 주택’이란 문구를 삽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개발의 수용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있어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민간사업자로 구성된 SPC 등을 설립해 공동주택의 건립과 분양을 담당케 하는 경우에도 공공시행자가 이주대책용 주택 공급을 조건으로 SPC 등과 협약을 체결해 수용되는 주민에게 제한없이 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그동안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있어 민간 자본 및 사업자의 참여로 야기되는 보상에 관한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규칙 개정에는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절박한 심정을 국토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천시 등은 도화지구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이주대책용 주택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정부에 규칙 개정을 요구하면서 30여 차례가 넘는 국토부 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는 도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일환으로 SK건설을 비롯해 총 22개사로 구성된 SPC (주)메트로코로나 개발을 설립해 보상 및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도개공이 직접 개발사업을 통해 아파트를 짓는 것과는 달리 민간과 함께 SPC를 설립해 아파트를 지을 경우 이주대책용 주택 공급에 제한을 받았다.

도화지구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시립인천대 주변 88만㎡에 6305세대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이중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은 2440여 가구다.

하지만 규칙에 따라 10%인 244가구만 지역주민에게 우선 공급될 수 있다. 이 지역 이주민이 540세대인 반면 우선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의 수가 244세대 밖에 되지 않아 296세대는 이주대책용 주택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동안 시행자와 주민간에 보상을 놓고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당시 도화지구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시가 도화지구를 수용방식의 공영개발로 진행하면서 이미 이곳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도개공이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명목으로 이주대책용 주택마저 부족하게 만들어 주민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인천시를 비난했다.

인천시 의회도 건설교통위 상임위원회를 통해 SPC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주민들의 이주대책용 주택이 턱 없이 모자라게 된 도화구역 도시재생사업 관련자들을 질책하면서 “이주대책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음이 밝혀졌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런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시가 위험 불감증에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규칙 개정으로 인해 그동안 불투명했던 인천 도화지구재생사업이 내년 초 주민보상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인천대 송도캠퍼스 건설 지연 등 각종 현안에 묶여 있는 도화지구 재생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던 주민보상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또한 루원시티 개발사업, 숭의운동장 개발사업 등 인천지역 대부분의 PF사업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의견 수렴을 통해 차후 보상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타 개발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용면적 85㎡ 이상의 주택공급도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개발사업에 민간 자본이 참가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불합리를 시정할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인천시의 문제만을 위해 규칙개정을 할 수 없다. 현재 주택공급과 관련한 문제를 통합해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현재 국토부는 규칙 개정에 대한 관계 기관별 의견을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종 법제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11월 말이나 12월 중에 입법예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 규칙 개정은 국무회의 의결없이 국토부장관령으로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초 개정안 공포와 함께 바로 시행에 들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