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고립과 소외감이다. 고립과 소외는 현대도시의 삭막함과 비정함을 심화시켜 인간을 위한 도시에 대한 회의를 키워내고 있다. 이러한 도시민의 사회심리학적인 특성은 근본적으로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무지와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자신이라는 존재의 숭고함을 깨닫고 나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연대와 관계설정의 필요성을 확신할 수 있다면 현대인이 느끼는 정서적 불안감과 고독감은 훨씬 덜해질 것이다.
도시공원은 메마른 콘크리트더미의 건조함을 중화시키는 오아시스의 역할을 한다. 도시공원은 나무와 숲과 풀과 물이 빚어내는 오묘한 생명의 울림이 있는 곳이다. 태생적으로 자연과의 교감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시공원은 최소한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준다.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의 흔들림,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나무와 풀만이 줄 수 있는 자연의 체취, 깊은 사색과 명상의 기회를 주는 산책길 등은 현대인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전인격적인 생활인으로 거듭나게 한다.
도시 내에서 자연 상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긴요성은 자연에서 나고 자연에서 생활해온 인간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져 있다. 도시화와 문명화가 진행될수록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본능적인 것이 되고, 자연에 대한 갈증과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도시민의 정신은 점점 더 파괴적이며 황폐화돼 갈 것이다. 도시공원은 인간 개개인이 갖는 본능적 욕구를 채워주고, 개인의 자기신뢰와 내향성을 증진시켜주어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과 인간적인 활동을 촉진시켜주게 된다. 공원의 조성은 이러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구상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법적인 요구사항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형국이다.
신도시새발과 도시재생사업에 있어서도 도시공원과 녹지공간의 배치는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이나, 수익창출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적 발상은 최소한의 면적으로 주변부이거나 자투리땅의 활용차원에서 녹지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민간추진사업의 경우 막대한 사업비 부담과 사업추진상 위험이 있어 장삿속으로만 접근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는 인정하나, 공공부문이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에도 도시공원의 필요성과 기능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에서인지는 몰라도 녹지공간의 확보에 매우 소홀한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도시공원의 공간배치의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바람직한 도시공원의 구상은 적어도 두 가지 차원이 고려돼야한다. 첫 째, 도시공원의 기능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활동이 보장돼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영역이 확보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 도시공원에서는 우연한 만남이나 여유로운 인간관계를 통해 지역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고 공동체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도시공원의 역사도 짧고 존재조차도 낯설었지만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의 중ㆍ대 도시의 경우 미비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이며 공공적인 용도로 공원을 활용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런던의 하이드파크,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 등은 각기의 도시를 상징하며 그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민에게 삶의 질을 보장하는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라고 해서 이보다 나은 공원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도시공원과 녹지공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인간이 지닌 자연친화적인 본능을 채워줄 수 있는 도시공원의 새로운 모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