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단상

도시의 밤은 비정하게도 별 하나 볼 수 없다. 대기오염 때문에도 그렇고 야간 경관의 불빛 때문에도 별을 볼 수 없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자연 속에서 태어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자연을 의지하고 자연을 믿으며 자연의 섭리를 존중해 왔다. 수천수만 년의 인류 역사는 자연 안에서의 순종과 적응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제 인간은 자연을 정복했다고 큰소리친다. 과학기술의 무한 진보를 신봉하는 현대인은 자연을 분해해 낱낱이 분석하고 판단한다. 생명체에서 생명을 빼앗아버린 환원주의적 분석이 얼마만큼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가치를 배제한 기술문명이 어디로 갈지도 모르며 무한한 발전을 신봉하고 오지와 극지를 굳이 찾아 나서고 인간의 발길 아래 두어야 직성이 풀린다.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의 범위를 극복하고 넓히는 일이야 말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영웅은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을 뛰어넘거나, 최초여야 한다. 일상적이고 주변에서 불 수 있는 것은 시시할 뿐이다.

현대인의 특성중 하나는 소외와 고립감의 심화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 간의 관계 설정이 제아무리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여 있다 해도 인간의 단절감은 극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좌절된 모습을 한 현대인의 순수한 심성은 왜곡되거나 변질된다. 이상심리의 소유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범죄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도시는 파편화되고 개인은 격리되며 순수한 가슴과 따뜻한 감성은 한낱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현대인은 오랜 세월동안 자연친화적인 생활 속에서 각인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자신의 본능적 반응이다. 차량통행이 없는 거리, 생태계가 활동하는 도시하천, 녹지공간의 존재와 인간 척도의 도시설계는 인간의 심성을 어루만지고 인간 고유의 인정과 감성을 배양하고 축적시키며 인간적인 도시를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고도의 효율성과 자본주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해 만들어졌다. 도시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할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저버렸다. 도시에서 별이 없어진 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도시의 경제적 성장을 모두 다 강조하지만 추억과 감상의 상실에 대한 염려는 한정된 소수의 몫이다.

자연은 개발을 위한 전략적 소모품이며, 개발을 위한 수단인 인간성은 말살되고, 우리들의 꿈과 사람도 그렇게 스러져간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많이 늦었다. 과거에도 그러한 논의는 있어왔지만 먹고 살기 급급해서 잊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래서도 지금은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또 다른 의미의 개발전략일 수도 있다. 인간이 낳고 죽어서 돌아가는 자연과의 공고한 결속과 일체감은 절대적 지상가치이다. 누구나 품고 있을 저마다의 별을 헤아리며, 하늘에 떠있는 별 하나가 어느 날 내 품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도 인간적인 희망이고 바람이다. 도시의 하늘에서 별을 찾을 수 있다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자연 속에서 안주하며 자연의 넉넉한 헤아림을 체득한 인간의 본성 또한 안정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간관을 재정립하고 도시관을 새로이 마련해야 할 때다. 진보와 발전은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을 때만 가능하고, 과거의 오랜 기억이며 전통인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자신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게 되어 불안감과 혼란을 가중시킬 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