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배신과 민간산업단지개발
노동성 공학박사/건축사/기술사
핀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적 1위 핸드폰 회사인 노키아(Nokia)가 독일의 생산 공장을 올 여름까지 폐쇄한다고 지난 1.15일 발표했다. 이 공장 폐쇄로 인해 약 2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납품업체들은 줄도산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독일 정치권은 언론을 통해 노키아가 ‘보조금만 타먹고 떠나는 메뚜기’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 1990년 말 공장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프팔렌주의 보쿰시에 건립하는 조건으로 노르트라인-베스프팔렌 주로부터 약 830억원(6000만유로)과 연방정부로부터 약 390억원(2800만유로)의 보조금을 받았다. 그리고 2006.9월까지 일자리 2860개를 창출한다는 약속(?)을 보쿰시와 했다. 그리고 약속 기한이 지나자 올해 1월 루마니아로 공장을 옮긴다고 발표했다. 루마니아는 노키아에게 3000만유로의 정착보조금을 제안했다.
보쿰시는 지난 1950년과 60년대 ‘라인강의 기적’의 주인공으로 석탄과 철광석을 생산해 가공하는 공업도시로서 명성을 얻었으나, 1970년대부터 차츰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자 몰락한 도시로 전락했었다. 그러자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자유치 및 기업유치 정책으로 첨단산업인 휴대폰 세계시장점유 1위의 노키아 공장을 과거 석탄산업의 상징인 보쿰시에 건립한 것이다.
보쿰시는 노키아 공장을 위해 전용 기차역까지 신설해 주었으며, 공장 진입도로와 기반시설 무상 설치, 그리고 각종 세제 혜택 등 재정지원도 호혜적인 지원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약속 기한이 지나자, 노키아는 독일의 인건비가 비싸 1/10 밖에 안 되는 루마니아로 공장을 이전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보쿰시가 막대한 보조금을 노키아에게 지급하면서 얻은 교훈은 ‘냉혹한 세계경쟁체제에서 온정주의는 금물’이란 것이다.
우리나라도 IMF를 겪으면서 독일처럼 외자유치와 기업유치가 살길이라고 정부와 지자체는 앞 다투어 외국의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는데 온갖 힘과 지혜를 모았었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각 지역마다 특별법을 제정해 지역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의원 선거공약을 통해 발표됐다. 그 와중에 ‘신 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 특별법’이 지난 2월 말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와 더불어 지역발전을 위해 ‘기업유치촉진조례’ 등이 제정되면서 법률로 투자 기업에게는 취·등록세·소득세와 관세·법인세 등의 각종 세금 및 개발관련 부담금을 감면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과 ‘동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민간산업단지개발이 가능하게 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발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민간 시행자 등과 손잡고 민간 산업단지개발 사업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한 공무원에게는 투자비의 1%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줄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한다고 한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애니콜 생산 주력공장을 베트남에 건립해 세계 핸드폰 시장의 2위인 모토롤라에 이어 3위를 유지하려고 계획하고 있고, 포스코는 제3제철소를 인도에, 현대자동차는 중국과 미국 등 외국 5개국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들에게 “기업들도 수지가 맞아야 투자를 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새정부는 기업이 수지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업인들이 상대하는 공무원들을 변화시켜 챙기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다.
그러나 노키아의 배신은 기업 친화적인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공약의 최대 쟁점은 수도권에서는 뉴타운 개발이요, 지방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민간산업단지개발 사업에 기업유치이나 외자유치를 하겠다는 공약으로 선거표심을 잡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업친화적 공무원들이 한번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대비해야 할 필수적인 사항은 민간산업단지개발에 있어 외자유치가 ‘빛 좋은 개살구’ 내지 ‘속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