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관계

이백훈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한 반값 아파트가 9월 정기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반값 아파트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실수요자가 51%, 투자자가 49%를 각 부담해 공동으로 소유하되, 실수요자가 아파트의 사용권과 임차권을 가지며, 투자자는 청산 시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실수요자는 반값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고, 투자자는 주택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투자자의 투자위험과 지분 유동화 방안이 마땅치 않아, 제도의 실효성을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값 아파트에 있어,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51대 49의 비율로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것은 아파트에 대한 공유관계의 성립을 의미한다. 공유는 소유의 한 형태로서, 민법 제262조 이하 제270조에 공유지분과 공유물 및 분할 등을 규정하고 있다. 본래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것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 반값 아파트에 대한 공유관계에 있어, 실수요자는 공유자 권한이 확장되는 반면, 투자자는 축소된다. 반값 아파트에 대한 규정이 주택법에 실린다면, 그것은 특수한 공유관계가 제도화된다는 것과 함께 현행 부동산등기제도가 등기사항을 법정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는 등기사항의 근거규정이라는 뜻이 된다.
공유자는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음에 대해(민법 제263조), 반값 아파트의 실수요자 지분은 그 전매가 10년간 제한되지만, 양도를 제외한 처분은 가능하며,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이용한다. 투자자의 지분은 전매제한이 없으나 아파트에 대한 이용권은 없다. 아파트의 이용은 공유물을 그 효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 공유자 중 1인이 아파트를 사용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민법 제265조 본문), 실수요자 지분이 51로서 과반수 이상 실수요자가 아파트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되, 실수요자의 이용에 따른 이득이 투자자에게 배분되지는 않는다.
또한 실수요자는 단독의 의사로 아파트를 제3자에게 임대할 수 있고, 임대수익은 모두 실수요자에게 귀속한다. 실수요자에게 부여된 임대권한은 아파트 이용권의 다른 모습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임대는 임대차에 한정하지 않고, 채권적 전세는 물론 전세권설정까지 아우르고 있다. 주택임대차는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세권자는 경매청구권을 가진다. 아울러 임차권이나 전세권은 그 성질상 지분 위에는 설정할 수 없으므로, 아파트의 전부 혹은 일부에 설정돼야 한다. 따라서 세입자는 51의 공유지분을 가진 실수요자의 임대에 의해 아파트 전부를 보증금의 반환담보로 확보하기에 이른다. 이와 같이 임대가 단순한 공유물의 관리를 넘어 그 처분에 이르지만, 그 권한은 실수요자에게만 있고, 보증금의 반환범위가 실수요자지분을 초과한 경우에는 투자자의 손실로 처리된다.
투자자의 자금회수는 공유관계의 탈퇴에 의한다. 투자자는 그 지분을 양도해 그 대금을, 또는 아파트를 양도해 그 대금 중 실수요자와 안분한 금액을 취하게 된다. 반값 아파트는 실수요자의 단독소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실소유자가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함에 있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반값 아파트의 투자자는 아파트의 전매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고자 투자한 것이므로, 그 지분을 실수요자에게 양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투자자의 지분을 유동화 하겠다는 것은 투자지분의 증권화로 다른 재무적 투자자에게 양도하는 것이다. 기존의 투자자가 제3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양도한 경우에는 기존의 투자자는 공유관계를 해소했다 할 것이지만, 실소유자 또는 제3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공유관계가 유지된다. 공유관계의 종국적 해소는 실소유자의 지분인수 또는 아파트의 양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공유물분할은 공유자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분할을 허용하고 있으며, 현물분할과 대금 또는 가격배상의 방법을 두고 있다. 아파트라는 특성상 현물분할은 구분건물의 구분이라는 특수한 경우만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금분할은 반값 아파트에 있어서 아파트의 양도에 해당되며, 가격배상은 실소유자의 지분인수나 다름없다. 그런데 반값 아파트의 양도에 있어 매매여부는 실소유자가 결정하고, 양도대금은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해, 실소유자가 매매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한,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제한되며, 양도대금의 결정에 있어서도 그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
끝으로, 반값 아파트가 공유인 이상, 각 공유자는 지분의 비율로 관리비용 기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투자자의 지분을 보유주택에서 제외하고, 소득률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거래세와 양도 소득세를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실소유자와의 형평 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며, 투자자의 자금이 오랫동안 묶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산담보부증권의 발행도 어렵다고 한다. 새 정부의 반값 아파트제도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투자자의 유치가 제도 활성의 열쇠라 한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이 과거 실패한 반값 아파트의 뒤를 밟지 않도록 철저한 시장논리에 입각된 보완으로, 새로운 주택시장의 형성과 모처럼 가져보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