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연구포럼 > 새로운논문및칼럼 > [칼럼]도시 단상 (신천식)

보잘것없어도 그것은 우주의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사소한 몸짓, 한 마디의 말도 무한의 공간 속에서 영겁을 지나 나에게 돌아오는 반향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며, 그런 인간을 품은 자연은 위대하다. 하찮은 것, 미미한 것이 있기에 우주가 있고 용처가 없는 듯해도 쓰일 곳이 있는 것이 자연이며,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격이다.

지금까지의 도시는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따지고, 인간미나 감정은 아예 내동댕이쳤다. 콘크리트의 벽으로 둘러싸인 분초를 다투는 전쟁터에서 죽기 살기의 승부처로 세계를 봐 왔다.

내가 살기 위해 너는 죽어야 하고, 내가 가는 길에 장애가 되면 너는 없어져야 한다. 이렇듯 도시는 황폐화되고 양극화돼 분열과 갈등만이 있는 무한경쟁의 장소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꾼다면 도시는 살벌하기만 하지는 않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의 지향점은 하나가 아니다. 저마다의 꿈과 가치가 모두 소중하다. 획일화, 일반화는 우리 본래의 모습이 아니며 다양성과 다원화, 고유성과 유일성은 비교되거나 훼손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능력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이고 관점의 차이이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영향력의 차이는 인간이 지닌 내면의 가치를 나타내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무시당하거나 무시할 수 없고, 지위나 경제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요즈음 도시 디자인이 인기 있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 디자인을 도시설계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용도구분이 아닌 도시공간에 감성과 정서를 불어 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디자인은 인간을 배려하고 자연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며 인간은 평등하고 자연은 인간에게 절대적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을 배려하는 도시 디자인이 돼야 함은 도시시설물의 구조나 배치, 형태나 외관이 인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개방됐음을 이야기 한다.

장애인, 노약자, 여성, 어린이 모두가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고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하므로 이동장애로 인해 공공장소에의 접근이 불리하다면 고쳐야 하고, 턱과 계단은 없애야 한다. 도시 내부 공간에서는 보행자가 왕이 돼야 한다. 공공 공간에서는 안전한 보행이 보장되고, 재미와 흥미가 있어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호기심이 채워져야 하며 쉴 수 있으며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도시 디자인은 자연을 생각해야 한다. 녹색축은 단절되지 않고 연결돼 생태네트워크가 돼야 한다. 녹색은 인간에게 평화와 안정을 주므로 공터나 모퉁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수평 공간이 부족하다면 수직 공간인 옥상과 벽면에도 식생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되도록 많이 자연과 접하게 하는 것이 도시디자인의 주요한 요소이다.

도시디자인의 개념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경제 논리만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고 사랑과 인정이 있어야 함을 알아가야 되고, 자연을 떠나서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 어디에서 있든 자연이 주위에 있는 장소의 창출은 도시디자인이 지향점이 될 것이다. 하찮은 것, 가녀린 것, 미미한 것에도 우주의 손길은 미치고 그것이 없다면 이 거대한 우주는 존재 할 수 없다.

풍경의 깊이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

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

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

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

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곁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