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을 보면 대개 정비구역 내 건물을 유허가와 무허가로 구별하고 있는데, 유허가건물은 등기된 건물을 말하며, 무허가란 등기할 수 없어 등기되지 않은 건물을 말한다. 정비구역 내 건물은 유허가와 무허가 즉, 그 등기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철거로 멸실되는 것이 보통이다. 건물의 멸실은 건물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그 건물에 존재하던 물권의 소멸을 초래하며 멸실이 있는 때에는 소유권의 등기명의인은 1월 이내에 멸실 등기를 신청해야 하고(부동산등기법 제101조1항), 이를 해태한 때에는 5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동법 제186조의2).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한 등기에 대하여는 도시정비등기를 규정한 대법원규칙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동산등기법이 준용되는 바(도시및주거환경정비등기처리규칙 제21조), 시행자가 이전고시를 한 때에는 종전 건물에 대한 말소등기를 일괄하여 동시에 신청해야 하므로(동규칙 제5,6조), 정비구역 내 건물의 멸실에도 불구하고 일반의 절차에 따른 멸실 등기가 금지되어 이전고시를 기다려 비로소 말소등기를 신청하여야 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그것은 정비구역 내 종전 건물의 소유권이 이전고시일이 종료하는 때에 소멸하여 그 익일에 변환되는 것을 위하여 또 건물등기부의 폐쇄조치로서 말소등기가 유일한 등기방법이라 할 때에는 건물의 멸실에 불구하고 그 등기부를 이전고시에 의한 등기 시까지 존치하여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대지권이 등기된 아파트의 멸실에 불구하고 멸실 등기를 할 수 없어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의 이전이 멸실된 건물과 함께 등기되어야 한다거나 멸실에 의하여 소멸된 소유권의 이전이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멸실 등기가 선행되어 대지사용권이 토지등기부에 이기되지 않는 한 대지 공유지분의 이전등기를 할 수 없다고 하는 실무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멸실 등기란 부동산이 멸실한 때에 행하는 사실의 등기로서 표시란에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고 주말하여 등기용지를 폐쇄하는 방법에 의하며(동법 제112조1항) 말소등기란 기존의 등기 전부를 말소하는 권리소멸의 등기이고 말소의 등기를 한 후 말소할 등기를 주말하는 것이 원칙이다(동법 제172조). 따라서 대법원의 등기규칙에 의한 말소등기는 부동산등기법의 멸실 등기와 병존하는 것이지 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종전 건물의 말소등기는 표제부에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해 말소한 취지를 기록하고 등기부를 폐쇄하는 방법에 의하므로(동규칙제7조) 멸실 등기와 종전 건물의 말소등기는 실체관계와 부합하지 않는 등기부를 폐쇄한다는 의미에서는 동일하지만 말소등기에 국한해 등기의 신청과 방법을 정한 대법원 규칙이 일반적인 권리말소의 특례규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대법원등기규칙의 말소특례는 이전고시 일에 소멸하는 소유권의 말소등기를 규정한 것이지 멸실 등기의 특례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멸실은 물권의 절대적 소멸사유로서 멸실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그 소유권을 기초로 타물권을 성립하게 할 수도 없다. 다만 잔존하는 변형물에 물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멸실 건물의 등기부폐쇄 즉 멸실 등기를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종전 건물의 소유권은 잠정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에 의해 분양받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 존재하다가 이전고시 익일에 신축건물의 소유권으로 변환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3.11.23 선고 93누1633 판결) 관리처분계획 인가 당시의 소유권이 건물의 멸실에 의해 소멸되었다는 것은 권리변환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정비구역안의 토지등소유자 또는 시행자는 새로 조성된 대지 또는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관리처분계획과 이전고시에 의해서만 취득할 수 있다(대법원 2006.4.27. 선고 2004다38150, 38167, 38174, 38181 판결). 종전 건물의 소유권은 조성된 대지 또는 신축건물을 배분하기 위한 분양조건으로서 적법한 관리처분계획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것이며(물론, 관리처분계획의 종전 토지의 소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소유권자 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등기부의 존속이 이전고시까지 유지될 것은 아니다. 또 이전고시에 의한 소유권보존은 적법한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한 권리가 이전고시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으로 변환되어 취득한 소유권을 그 신청을 받아 등기하는 것이지 종전 건물의 등기부로부터 이기하는 등기도 아니다(동규칙 제5조).

결국, 대법원등기규칙이 부동산등기법의 멸실 등기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그것은 이전고시 일에 소멸한 소유권말소등기의 특례로서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이전고시에 의한 소유권보존·담보권 등에 관한 권리의 각 등기를 위한 요건이 멸실하여 폐쇄할 등기부의 존치도 아니므로, 정비구역 내 건물이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때에는 토지등소유자 또는 시행자의 의사에 의하여 일반의 절차에 따라 멸실 등기를 할 수 있고, 멸실 등기가 지체되던 중 이전고시가 있게 되면 그 때에는 타 등기의 정지 및 특례에 따라 말소등기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