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법상 수탁자는 내부적이건 외부적이건 소유자로서의 자격을 취득하며 신탁목적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해야 하는 구속을 받을 뿐이다.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분리되어 관리되는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신탁은 형식적인 소유권의 취득으로서 소유권이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비가 발생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신탁의 특성이 지역주택사업이나 과거 재건축사업에 있어 조합에 조합원이 출자한 재산을 보유하는 형태로 상용토록 하였다.

재건축사업이 정비사업으로 편입되어 조합원의 종전 토지 및 건축물의 출자가 반드시 소유권이전이라는 물권변동을 수반한 상태이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재개발사업과 같이 조합과 조합원의 보유상태를 유지한 채 이전고시처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부정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개발과 재건축은 본래 그 규정체계가 달랐을 뿐 아니라 시행자인 이전고시의 주체가 조합원인 즉, 타인의 재산권을 처분할 권원을 확보하여야 이전고시처분이 위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과 함께 여전히 과거 신탁이 유용하였던 것처럼 정비사업으로 변화된 현재에도 재건축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사실상 및 경제적 기능을 가진 신탁제도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정비 사업으로서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직접 또는 신탁된 금전으로 매수한 사업구역 내 부동산에 대하여 이전고시를 행할 때에 신탁재산을 조합원에게 귀속하여 당해 조합원을 종전의 토지소유권자로 환원하여야만 이전고시처분이 적법하다고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재개발사업에 있어 환지된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일 것이 요청된다. 만약, 종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청구권을 가진 자라면 본래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전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이를 취득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만, 실무는 이전고시처분 전까지 소유권을 취득하면 적법한 이전고시처분으로 인정하고 있다(1999. 11. 23. 등기 3402-1069 질의회답). 이를 재건축사업에 있어 신탁재산에 단순 대입하면 조합원에게 신탁재산을 귀속하여 당해 조합원이 이전고시처분 전까지 완전한 소유자일 것이 요구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지된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일 것이 요청된다는 것이 언제나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등기할 수 없는 무허가건물은 소유권이전의 등기를 할 수 없어 종전의 건물소유자라고 할 수 없다고 해야 하지만 이때에는 사실상 소유자를 소유자로 인정하여(대법원 1997. 11. 28. 선고 95다43594 판결), 관리처분계획상의 분양권을 부여하고 유허가 건물이든 무허가 건물이든 그 것의 멸실 후에는 분양받을 권리의 양도만으로 최종 양수인명의로(대법원 1994.1.25. 선고 93다32316 판결, 90.11.12. 등기 제2196호), 각 이전고시처분을 하고 있다.

조합원의 조합에 대한 신탁은 신탁고유의 소유권이전이라는 효력에 앞서 조합이 재건축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원과 사업부지의 공여 즉, 출자의 이행이라는 그 원인에 주목하여야 한다. 또한 재건축사업에 있어 신탁은 위탁자와 수익자 모두가 당해 조합원인 자기신탁일 수밖에 없다.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이후, 조합원이 위와 같은 재건축사업수행을 위하여 출자하였던 것을 이제는 이전고시처분을 위하여 그 명의를 회복하여야 한다는 것은 절차의 중복이다.

수탁자로서 조합은 위탁자인 조합원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할 권능으로서, 관리처분계획에 정한 권리배분에 따라 이전고시처분을 행하고, 이에 위탁자인 당해 조합원이 환지된 건물과 대지를 취득케 함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욱이 신탁재산의 물상대위성(신탁법 제19조)에 의하면, 조합원용 대지 또는 건축물을 수탁자인 조합이 이전고시에 의하여 취득할 때 그것은 당해 조합원에게 귀속할 신탁재산이 되는 것이므로 취득시의 신탁과 그 귀속이라는 무용한 등기절차를 반복할 필요 없이 직접 당해 조합원에게 이전고시 처분함이 마땅하다.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의 분양받은 대지 또는 건축물의 취득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른 이전고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대법원 2006.4.27. 선고 2004다38150,38167,38174,38181 판결). 이전고시는 관리처분계획이 정한 바를 집행할 따름이며 만약, 이전고시의 내용이 관리처분계획을 벗어나거나 어긋난다면 그 효력이 부정된다. 관리처분계획의 수립과 인가 당시에 종전 토지 및 건축물의 소유자인 조합원 즉, 신탁 전에 당해 조합원을 적법한 분양대상자로 인정하여 권리 배분한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를 기초로 그 내용에 따라 처분한 이전고시가 위법할 수 없다. 따라서 적법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집행되는 이전고시에 하자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수탁자와 위탁자의 각각의 사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이후, 이전고시처분 전까지 신탁을 해지하는 등 신탁종료에 따라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이 환원될 경우는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신탁을 종료하였다는 것 역시 이전고시처분의 장애는 되지 않는다. 결국 재건축조합은 조합원으로부터 종전 토지 및 건축물을 신탁 받은 경우에 수탁자와 시행자의 지위를 겸하여 관리처분계획과 이전고시를 행할 수 있으며 조합명의의 신탁재산이든, 조합원에게 귀속되었던가를 가릴 필요 없이 관리처분계획이 적법하고 이전고시의 내용이 관리처분계획과 같은 이상 모두 도시정비등기의 대상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