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와 80년대는 달동네, 뚝방 동네, 산동네로 불리우는 도시빈민가의 존재가 그다지 낯설지 않던 시절이었다. 열악한 무허가 주택, 가파른 비탈과 미로같은 골목길, 공중화장실로 상징되는 위생설비의 미비등은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추억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UN-HABITAT 통계(2002)에 따르면 세계에서 빈민가 주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티오피아로 도시인구의 99.4%를 차지하며 차드, 아프카니스탄 ,네팔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남한만의 도시인구구성은 빈민가 인구가 37.0%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빈민가는 흔히 슬럼이라고 불리우는데 민간의 셋집 거주자와 공공임대아파트, 다세대, 다가구, 무허가 주택 거주자,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들의 거주지역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이러한 빈민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도시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배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익극대화라는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의 도시개발사업 등은 경제적으로 약자이며 사회적으로 무시되는 빈민가 지역주민의 주거대책과 생산체제의 마련에 소홀한 감을 보여주게 된다. 더더욱 암울한 추측은 이제 도시는 세계화와 무한경쟁이라는 냉혹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어 도시빈민의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지원이나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노력조차도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도시는 미숙련, 임시직, 저임금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는 잉여 인간의 집합장이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빈민에 대한 배려의 실종은 사회통합과 안정을 저해하고 불만에 가득찬 새로운 집단의 출현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며 정부와 사회조직에 대한 맹목적 반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즉흥적이고 무모하며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일탈자들을 제도권안으로 끌어들이고 사회적 안전망의 범위내에 두려는 노력과 관심이 지금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는 역사상 없었다.

과거 70-80년대의 개발주도형 산업화 시기에는 가난한 것이 적어도 죄는 아니었고 부끄러움도 아니었다. 그저 불편했을 뿐이었고,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달동네는 정을 나누는 따뜻함이 있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했던 잊지 못할 장소였다. 급격한 경제성장기 이후 진행되고있는 우려할 만한 현상으로 화폐지상주의적 가치의 만연을 들 수 있다. 세상의 가치가 돈으로만 구분되고 인간적인 배려나 교류가 없는 배타적 집단과 계층의 존재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구나 지역을 개선하기위한 물리적  투자는 정책당국자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즉시라도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벌어진 계층간의 틈새를 메우고 통합된 하나의 유기체가 되기 위한 사회 심리적 유대감형성은 단기간에 걸친 일시적인 처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도시빈민가에 거주하는 이들도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정겨운 이웃이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존재임을 확실하게 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중요한 책무이며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한 사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