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발생한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의 피해는 가히 엄청나다. 약 8만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부상자는 약 25만명으로 총 사상자는 약 32만명이라고 중국 정부는 지난 5월21일 공식 발표했다.

약 8만명이란 숫자는 앞으로 새로 생길 우리나라의 판교신도시의 인구(약 8만8천명)와 비슷하고, 사상자 약 32만명은 우리나라 2007년도 강원도 원주시 인구(약 30만명)와 비교된다.

또한 지진으로 완전 붕괴된 건물은 약 536만동이고, 부분적으로 파손된 건물은 2100만동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모든 건물이 약 6만8천여동이라고 하니, 붕괴된 건물 수는 이 숫자에 약 90배요, 파손된 건물 수는 약 700배가 된다.

또한 중국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경제적인 손실은 약 22조5천억원 정도라 한다. 이 금액은 경부 대운하를 건설할 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유발 효과(약 22조3천억원, 매일경제 2006.11.13자)와 강원도 평창에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었을 경우 발생할 경제유발효과(약 22조원, 스포츠칸 2007.07.05자)와 비교된다. 이처럼 엄청나게 힘들고 오랜 노력 끝에 이룩할 수 있는 경제 규모를 단 한순간인 2분 만에 이번 지진으로 인해 날려버렸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해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한다. 김기영 교수(강원대 지구물리학과)는 “규모 6을 넘는 대형지진은 판경계에서 일어나므로 발생할 확률이 적지만 앞으로 규모 4~5 정도의 지진은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했으며, 경재복 교수(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는 “근래 와서 규모가 5 가까이 되는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문화일보 2007.01.22자)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1988년 이후 규모 6.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었던 6층 이상 건축물중 약 36%만이 내진 설계가 되어있다고 한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 건물의 약 13.7%만이 내진설계로 공사가 되어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만약 지진 규모 4~5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면 6층 이상 건물의 약 2/3인 64%가 붕괴될 것이고 초ㆍ중ㆍ고등학교 건물의 경우는 거의다(약 86.3%)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진설계의 의무 대상이 아닌 1층과 2층짜리 건물은 모두 붕괴되어 중국 쓰촨성의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사비다. 100년, 200년, 아니 500년 만에 올 지진에 대비해서 건물 주인들은 현재 내 주머니에서 기꺼이 돈을 꺼내 공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회사는 공사비를 한 푼이라도 덜 들이고 싶을 것이다.

지진 대비가 철저한 일본에서도 지난 2006년 12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내진설계를 한 것처럼 위조된 설계 도서를 작성하도록 건설회사가 설계사무소에 압력을 넣은 ‘살인 맨션(아파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후 해당 10개의 아파트 주민 전원은 한달 이내에 집을 이주했고, 아파트는 철거되었으며, 설계자와 시공자, 분양업자는 구속되었다.

그리고 해당 건설회사인 기무라 건설은 파산했으며 약 3개월간 언론은 이 사건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이사건 이후 일본은 건축기본법을 개정해서 건축설계도서 확인과 공사 중간검사와 준공검사를 건축전문공무원이 직접 챙기도록 법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이번 지진으로 냉철히 현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공사비를 줄여 이윤 창출이 목적인 건설회사가 직접 설계를 하겠다고 한다.

국회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건설회사 자체사업의 경우에 한해 직접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건축사법이 개정되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일본에서 조차 설계사무소에 부실설계를 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곳이 건설회사인데 건설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설계를 한다면 결과는 뻔 할 것이다.

또한 현행법에서 설계비와 감리비에 대한 유혹을 받고 있는 건축사들에게 공무원이 마땅히 하여야 할 설계도서 검토와 사용승인(준공) 등의 업무를 맡기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본처럼 건축전문 공무원이 직접 챙기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지진 참사를 계기로 부실시공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를 보완하는데 국회와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