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스스로 그러함이다. 자연속에서 인간은 순수해진다. 자연속에서 인간은 그저 그런 존재가 된다. 자연은 인간을 품어 안고 다정한 속삭임을 건넬 줄도 안다. 자연을 떠난 인간을 우리는 상상할 수 가 없다. 그러나 도시의 출현은 자연의 범위 밖이었다. 자연이 모든 것을 저절로 해결해주던 그 시대는 가버렸다. 도시는 태생이 인위적이던 자연발생적이던 간에 인간의 손길이 낸 흔적이 두루두루 배어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덩치가 커진 도시는 인간의 손길만으로 다듬기에는 너무 벅차다. 도시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가려면 도시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되고, 도시의 주인인 시민의 욕구와 기대치를 알아내야한다.

 

고픈 배를 채워주면 되었던 개발연대와는 너무도 다른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풍요의 시대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도시정책의 내용과 방법도 바뀌게 되었다. 양적인 성장위주 정책의 시대는 지나고, 질적인 보전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창출하는 새로운 도시정책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과거를 통하여 우리의 지향점이었던 산업화 도시의 특성은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생활수준의 향상을 들 수 있다. 물론 양적인 측면의 향상을 일컫는다.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는 인간성의 부재로 인한 일상세계의 황폐화를 들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는 화폐가치가 좌우한다. 전통적인 인간관계는 구시대의 유물이고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었다. 인정과 의리, 양보와 배려보다는 모든 것이 화폐로서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셋째는 소외계층의 등장이다. 특히 경제적 소외계층의 등장은 빈부간 대결의식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사회 통합체제로서의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갈등비용을 증대시키고 있다. 넷째는 환경파괴의 일상화를 들 수 있다. 개발은 바로 환경훼손을 의미하는 것이고 성장을 위한 환경파괴는 용인되거나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필요악으로 당연시되고 있다. 다섯째로는 갈등관계의 증폭과 일상화라고 하겠다. 도시에서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빈부간의 갈등, 노사간의 갈등, 환경보전과 개발론자와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정책과 이념에 의한 갈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갈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화 도시의 특성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탈산업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탈산업화 사회는 소득 수준의 증대로 인하여 비물질적 재화의 소비가 늘어나고 정신여가 활동과 문화적 취미생활등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다. 양보다는 질적인 수준향상을 추구하며 단일의 의사결정구조가 다원화되고 분산된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집단이익도 소중하지만 개인의 권익과 가치존중이 우선시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산업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도시관과 사회관, 그리고 세계관과 경제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탈산업화 사회로의 이행과 진전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탈산업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든다면 하나는 정책결정의 시민주도형 방식의 도입이고 둘째는 개발중심적 사고를 환경보전 중심의 체계로 바꾸는 것이며 셋째는 도시공간 구성에 있어서 시대적 상황 변화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와 과제는 전문가, 관료, 시민, 개발주체, 생산자, 소비자들이 함게 참여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해결 가능해 질 수 있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체제의 안정, 이념보다는 일상생활의 중시, 특정사안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참여, 세계화를 염두에 둔 지방발전 전략 수립, 단순한 공간 배치가 아닌 미학적이며 다원적인 도시의 구성, 도시구성원 모두에 대한 배려와 존중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수들이 아직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상태이고, 우리 모두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새로운 발전과 진전은 무수한 고민과 갈등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말이다.

 

다시한번 이 시를 되뇌어본다.그리고 이렇게 말해본다. 자연의 품속에서 자연이 행하는 대로 따라만 가면 되었던 그 시대가 이상향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