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기능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도시공간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등 단일용도로 구분돼지고 있으며, 지역별로 각기 다른 권장과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 계획인 기능주의적 분류는 인간이 간직하고 있는 사회적, 심리적 특성을 무시하고 있거나 적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심지어 오늘날의 도시계획은 사람이 살지않는 불모의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하다. 그것은 사람 활동의 기본인 공원ㆍ광장과 보행도로등 외부활동공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고있다. 현대의 도시생활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접촉을 회피하게 하며, 사람사이의 인간적 유대와 만남의 기회를 없애버린다. 상호작용을 통한 영감의 발휘는 커녕 상업화된 매스미디어와 천민자본에 의한 일방적이며 수동적인 정보의 주입에 길들여진다. 소외와 고립, 타인에 대한 배려의 실종, 다수의 다수를 향한 무한의 경쟁,  이기적 개인주의의 극성은 현대 도시를 구상해온 잘난 척하는 도시계획가들에게도 많은 부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현대이전의 근대도시는 열려있는 외부공간의 활동을 통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하고 나아가 도시의 활력을 찾고있다. 보행자의 안전한 공간 사용권을 보장하고, 대면기회를 제공하며, 가벼운 흥분과 설레임의 기회까지도 제공하는등 외부공간에서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통하여 친밀한 근린형성(Traditional Neighborhood Development)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근린의 소통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지역공동체의 번영과 확산을 이끌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금과옥조로 떠받들고 있는 기능주의적 도시계획은 자동차 중심의 가로망체계와 분리된 토지이용, 중심상업지의 상업적 용도의 극대화등을 강요하고 있어 사람들이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유공간의 구상조차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오늘날의 도시는 자동차에 점령돼 버렸고,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가 됐다. 도시는 교통사고, 소음, 오염으로 황폐화되고 있으며 자동차 소통에 방해가 되는 어떠한 시도와 정책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도시는 자동차 도로망을 통하여 외부로 무차별 확산되고 있으며, 인간이 바라보는 도시는 자동차 유리를 통하여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돼 버렸다. 타인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구하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관조의 시간갖는다는 것은, 분초를 다투는 자동차 중심의 생존 경쟁시대에서는 허황된 사치일 뿐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활동을 원하고 있으며 그것은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과의 만남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진대 마음을 열수있는 만남을 조성하고 후원하고 지지하는 공간의 배치와 구성을 적용하고자하는 노력 또한 도시계획에서 중요할 것이다. 현대도시이전의 도시에서는 도시광장과 공원에서 통상적으로 인간적인 교류와 만남이 빈번하게 있었고, 안전한 보행권이 확보되는 근린지구내의 가로상에서 소통과 이해가 보장됐다. 가로와 광장을 통하여 인간은 서로의 진실된 모습을 바라보며 꿈과 삶이 어우러지는 인간의 도시를 만들어 내었었다. 그러나 현대도시의 계획가들이 주창하는 기능주의적 접근은 사람들의 활동공간과 삶의 장소를 박탈하거나 축소시켜버렸다. 최대한으로 반영된 기능주의적 공간계획은 도시민이 마땅히 누려야할 인간적 즐거움까지도 빼앗아 가고있다. 인간적 즐거움이란 인간간의 소통의 즐거움을 말하며, 안전한 장소에서 타인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는 기쁨, 우발적인 이벤트와 마주치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가벼운 흥분, 공원과 광장에서 일어나는 축제와 집회가 주는 감동과 희열은 현행의 도시계획체제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정보화의 진행은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됐고 인간에 내재된 욕구까지도 충족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수시로 모여 들수 있는 쾌적한 공간의 확보, 근린주구와 중심업무지구에서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 도시의 주요지점과 가로마다의 앉거나 기댈수 있는 시설과 장소의 충분한 창출등은 인간의 외부활동을 자극하고 도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훌륭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