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가난한데 어버이는 늙고 처자식은 어리고, 철따라 조상의 제사도 지낼 형편이 못되며 의식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구제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래서 무일푼인 사람은 품을 팔고, 약간의 재물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머리를 짜내어 어떻게 해서라도 더 벌려고 하고, 이미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더 큰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이것이 재산 증식의 기본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중 ‘화식열전貨殖列傳’의 재테크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 읽어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누구나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자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부동산 투자라고 한다. 서점에는 부동산으로 부자 된 사람들의 노하우가 매일 책으로 나오고, 학원에는 부동산 관련 재테크 강의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린다. 사마천의 화식열전에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그 사례들에서 얻는 교훈 중의 하나는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선견지명을 가지고 입지선정을 잘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요즘 실전 부동산 투자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의 하나가 도시개발이나 재개발 등의 조합원이 되어서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 방법이 있다. 땅의 지분을 획득하면 되는데 도시개발이나 재개발, 재건축사업들이 앞으로 일어날 곳을 안목을 갖고 예견하고, 이곳에 토지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땅이나 건물을 매입하는 일종의 장기 투자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기존의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를 지으면 한명의 소유자에서 여러 명이 분양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조합원이 되어 일반분양가 보다 싸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으므로 큰돈을 벌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후 주택이 밀집돼 개발 가능성이 높은 용산의 한강로2가와 청파동, 강서구 화곡동, 성동구 성수동, 도봉구 창동, 중랑구 면목동, 마포구 망원동과 합정동 등에서 다세대 허가 건수가 급증했다.
또 다른 방법은 서울시가 다세대주택 신축허가를 제한하자 단독주택을 헐고 상가나 오피스텔 짓는 것이다. 재개발지역에서 상가나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산·성북·은평구 같은 재개발사업이 예상되는 곳의 상가 건축허가 건수가 2007년에는 전년대비 2배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방법도 불법이 될 전망이다. 땅의 지분을 나누어 가져 여러명이 분양권을 갖는 일종의 ‘지분쪼개기’는 이전부터 사업을 지연시켜 분양가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다세대주택의 허가를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투기성을 판단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법적인 근거가 없었기에 주요 고질 민원이 되었었다.
그러자 재개발 재건축 등에서 지분쪼개기가 주택사업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 조례로 이를 방지하는 조례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자, 국토해양부도 이와 관련된 도시개발법 시행령 등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지분쪼개기를 조례나 시행령 등으로 방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현행법에서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공고가 없을 경우 다세대주택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언제 개발이 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세대주택을 새로 구입한 사람들에게 분양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위헌의 소지와 형평성의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는 장려해야 하지만 투기는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은 사마천의 논리로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고 있다.
“무위무관의 평민으로서 정치를 어지럽히지도 않고 남의 생활을 방해하지도 않고 때를 맞추어 거래해서 재산을 늘려 부자가 되었다.”
투기는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남의 부동산을 싼값에 사서 비싼값에 팔아 재산을 불리는 것이고, 투자는 일반 서민들이 아무 정보도 없이 단지 좀 더 큰 평형에서 살고 싶은 희망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의 구분방법을 약2천여년전에 쓰여진 사마천의 사기 중 화식열전에서 찾아보았다.
